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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염종석…'안경 에이스' 후계자 롯데 박세웅

중앙일보 2016.04.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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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웅 선수 [중앙포토]

박세웅이 잘 던지면 최동원 선배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겁니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코치를 맡았던 염종석(43) SPOTV 해설위원의 말이다. 고(故) 최동원(2011년 작고)을 이어 롯데의 '안경 에이스'로 불렸던 염 위원은 올 시즌 3승 1패, 평균자책점 3.05로 활약 중인 제자 박세웅(21·롯데)이 계보를 이어주길 바라고 있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84·92년)을 차지했다. 최동원은 84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두며 롯데의 우승을 이끌었다.

최동원이 그랬던 것처럼 92년 데뷔한 염종석도 금테 안경을 쓰고 마운드에 올랐다. 92년 17승 9패 6세이브를 올리며 롯데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끈 염종석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인 때 너무 많이 던졌던 탓이다. 염종석의 어깨는 아직도 수술 자국 투성이다.

염 위원은 "선수 관리라는 인식이 없을 때였다. 나에겐 야구장이 전부였다. 시키지 않아도 던지고 싶었다. 팬들의 환호가 돈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다. 92년 이후 롯데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안경 에이스'에 대한 롯데 팬들의 향수는 그래서 더 진하다.

지난해 5월 롯데는 kt와 대형 트레이드를 했다. 롯데 관계자가 "박병호를 줘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던 대형 포수 장성우(26)를 내주고 데려온 투수가 kt의 신인 박세웅이었다. 최동원·염종석을 그리워하던 롯데 팬들은 안경 쓴 투수의 등장을 반겼다.

박세웅은 대선배들처럼 씩씩하게 던졌다. 최고 시속 148㎞의 빠른 직구가 돋보였지만 투구수가 많아지면 구위가 떨어졌다. 운도 따르지 않아 지난해 2승을 거두는 동안 11패나 당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평균차잭점이 5.76까지 올랐다. 염 위원은 "박세웅이 힘으로만 던지려다 제 풀에 지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박세웅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을 8㎏ 늘렸다. 몸무게가 80㎏이 넘어가자 체력도 좋아졌다. 직구 평균 스피드는 지난해보다 시속 3㎞(140→143㎞) 가량 빨라졌다. 직구를 뒷받침할 포크볼도 장착했다.

자신감이 붙은 박세웅은 시즌 개막전 시범경기에서 호투했고, 정규 시즌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수원 kt전에서 박세웅은 5와3분의1이닝 무실점하며 시즌 3승째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에 상대팀 투수로 등판한 동생 박세진(19·kt) 앞에서 호투를 보여줬다. 박세웅을 4선발로 낙점한 조원우(45) 롯데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박세웅이 좋은 피칭을 했다. 힘이 많이 붙었고, 직구 스피드가 올라갔다. 자신감이 생기니 변화구까지 좋아졌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염 위원은 "박세웅이 지난해 팀을 옮긴 뒤 선배들 눈치도 보고 힘들어 했다. 지금은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면서 "왼발 키킹이 좋아지면서 전체적으로 추진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동원은 타자에게 위협을 줄 만큼 왼발을 높게 올리고 던졌다. 최동원·염종석처럼 금테 안경은 아니지만 박세웅은 스포츠 고글을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롯데에 처음 왔을 때 금테 안경으로 바꿔 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야구를 더 잘하게 된다면 그 때 금테 안경을 쓸 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염 위원은 "박세웅이 롯데의 간판투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그래서 안경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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