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프 금지령 풀렸지만 … 공직자들 반신반의

중앙일보 2016.04.28 05:15 10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바쁘셔서 그럴(골프를 칠) 시간이 있겠어요.”(2013년 7월)→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2016년 4월)

2013년 3월 북한 3차 핵실험 때
박 대통령, 군 장성 골프 치자 경고
“잘못된 메시지” 작년 초부터 변화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자 골프관’이 변했다. 골프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줄어든 대신 ‘골프=내수 활성화’에 대한 인식이 강해졌다. 그간 청와대나 정부에 공직자 골프는 금기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골프금지령을 풀어주는 발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공직자 골프는)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론 골프를 금지한 적이 없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과거 “골프를 칠 시간이 있겠어요”라는 발언과 관련해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는데 ‘그런 함의(금지령)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조심을 더 해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공직자 골프에 대한 박 대통령의 첫 언급은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나왔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안보 위협이 증가할 당시 현역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장성 골프 파동이 바로 금지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 특별히 주의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본격적으로 ‘금지령’이 내려진 건 그해 휴가철을 앞두고서였다. 2013년 6월 국무회의에서 당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소비 진작을 위해 이제 좀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 달 뒤인 7월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전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환담에서 “접대골프가 아니면 휴일에는 골프를 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이 나오자 “제가 골프를 치라 마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바쁘셔서 그럴 시간이 있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이 발언이 공직사회에 금지령으로 통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박 대통령의 발언이 바뀌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그해 2월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서 “올해 10월에 프레지던츠컵을 하지 않습니까”라며 먼저 골프 얘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프레지던츠컵 명예대회장을 맡기로 한 상태였다. 국무위원들이 “정부에서 골프를 못 치게 하는 것처럼…”이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게 아닌데.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됐다. 모든 게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년2개월 뒤 박 대통령은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눈총에 여러 가지 마음이 불편해서 (안 치면)내수만 위축되는 결과를 갖고 오지 않겠느냐”며 “얼마든지 칠 수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수경기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공직 사회에서부터 골프를 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해제령에도 불구하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아직은 작지 않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우리가 골프를 칠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