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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무장론은 정말 어리석어…올 대선 땐 아스피린 많이 필요해”

중앙일보 2016.04.28 02:24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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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사진)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고 주둔 미군을 뺄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정말로 어리석은 얘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은 미국 내에서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힐 전 대사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차례 “어리석다”는 표현으로 트럼프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트럼프는 자신이 말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점을 한국이 이해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위비 분담금을 안 늘리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빼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어떻게 보나.
“트럼프는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뭔지 이해 못하고 있다. 이런 주장 자체가 미국의 이익에 배치된다. 정말 어리석은 주장이다.”
한·일 핵무장 허용은 더 큰 논란을 불렀다.
“그건 어리석을 뿐 아니라 충격적이다. 이는 트럼프가 지난 70여 년간의 미국 핵 정책이 뭔지를 전혀 모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 아닌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대신 전 세계의 많은 나라와 핵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핵 보유는 양국과 전 세계의 핵 협력을 위협하는 데다 역내에 핵 확산을 불러온다.”
트럼프는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워싱턴에선 얘기가 되는 사람 중 누구도 이런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오늘은 한국과 일본을 비난하더니 다음 날엔 여성을 모욕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지지가 상당하다.
“그런 지지를 받는 게 실망스럽다. 트럼프 지지는 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로부터 나오는데 이들은 트럼프가 뭔가 일자리를 되찾아줄 것으로 여긴다. 미국 경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밀려나는 게 아닌가 두려워하는 이들이 트럼프 지지층이라고 본다.”
트럼프 주장을 놓고 한국에 조언한다면.
“ 한국은 진중한 나라이고 국제사회에서도 진중하게 움직여 왔다. 만약 트럼프 주장이 중요하고 많은 사람이 염두에 두 는 문제라면 한국 정부가 대응을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장이 큰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이 대응에 나서면서 이로 인해 트럼프를 중요한 인물로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무시해야 한다고 본다.”
향후 미국 대선 전망은.
“내 느낌으론 힐러리 클린턴이 가장 잘 준비됐다. 하지만 누가 될지는 11월까지 가봐야 안다. 이번 대선은 특히 미국인들에게 머리가 아프니 아스피린을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 대사
“주한미군 뺄 수 있단 주장 충격
자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한국, 대응 말고 그냥 무시해야”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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