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통령은 숙제 주고, 야당은 반대···샌드위치 여당

중앙일보 2016.04.28 02:12 종합 6면 지면보기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남긴 두 개의 숙제를 들고 고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과 ‘한국판 양적완화(돈 풀기)’ 실현을 언급했다.

정우택 “김영란법 재논의를” 제안
안철수 “헌재 결과 보고 판단하자”
더민주 “양적완화 구체적 해법 부실”

김영란법과 관련, 국회 정무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27일 “연말과 명절 선물 시장에 의존해 온 농어민의 아우성이 있으니 국회에서 재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시행령을 바꿔 해결할 수준인지 20대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해야 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금품(한 차례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문제는 경조사나 명절 선물 등의 범위다. 구체적인 범위는 시행령으로 정해야 하지만 과일 농가 등이 반발하고, 대한변협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올해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시행령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
 
기사 이미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27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김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청문회를 통해 사건 진상 규명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진영 비대위원, 김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양승조 비대위원. [사진 김현동 기자]


야당은 반대 목소리가 높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전날 “(경기 위축을 우려한 김영란법 재검토는)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며 “헌재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김영란법 처리를 안 한다고 국회를 일곱 번이나 질타했던 박 대통령이 이제 와서 국회 보고 법을 개정하라는 건 자가당착”이라면서 “정부가 시행령을 빨리 입법예고 해서 구체적인 검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정부가 시행령을 (부작용이 크지 않게) 잘 만들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 후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양적완화 문제도 ‘두 야당의 허들’이 높다.

4·13 총선 당시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등이 발행한 채권을 직접 사들여 돈을 푸는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려면 한국은행법을 고치거나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 빚보증을 서야 한다. 현행법상 한은은 국채나 정부가 보증한 채권만 직접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민주 주진형 전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한은법 개정은 정공법이 아니다”며 “무엇을 위해 얼마만큼 발행을 하겠다(돈을 풀겠다)는 얘기가 없다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양적완화는) 이미 지나간 얘기”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도 “양적완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면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게 먼저”라며 “책임지는 자세는 보이지 않으면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창남 정책국장은 “한은법 개정안은 20대 국회가 시작하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발의하겠지만 김영란법은 새로 정무위가 꾸려졌을 때에야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유미·위문희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