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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취임식서 1만명이 '대만판 아침이슬' 합창

중앙일보 2016.04.28 01:32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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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신임 총통은 다음달 20일 총통 취임식에서 1970~80년대 국민당의 권위주의 통치하에 독립과 민주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던 노래 ‘메이리다오(美麗島)’를 참석자들과 합창할 계획이다. [중앙포토]


다음달 20일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대만 총통 취임식장에서 1970~80년대 금지곡이던 ‘메이리다오(美麗島)’가 불려질 예정이다.

70~80년대 국민당 통치 때 금지곡
소학교합창단도 참석 신구 조화
연예인들은 민주화 과정 공연
중국과 거리두는 정책 신호탄


리허우칭(李厚慶) 민진당 언론센터 주임은 26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취임식 행사 식순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홍콩 중평사가 보도했다. 한국의 ‘아침이슬’처럼 과거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와 독립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차이잉원 정부가 향후 중국과 거리두기 정책을 펼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차이 총통의 취임사는 사전에 미국이 확인하고, 미국은 중국과 협의할 것이라는 말이 대만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며 “연설문에 직접적으로 담기 힘든 내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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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우칭 주임에 따르면 14대 차이잉원 총통 취임식은 인민·토지·민주를 주제로 총 일곱 부분으로 나눠 펼쳐진다. 오전 9시 국군연합의장대의 행진을 시작으로 대만 내성인(대만 토박이)과 외성인(본토 출신) 단체 1000명이 대만 400년 역사와 문화를 담은 ‘대만의 빛’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이어지는 ‘대만 민주행진곡’ 부분에서는 대만 연예인들이 민주화 운동 과정을 노래와 대형 LED화면에 담은 영상과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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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차이잉원 총통과 천젠런(陳建仁) 부총통이 예포가 발사되는 가운데 입장해 국가를 합창한다. 계속해서 취임식의 하이라이트인 취임연설로 이어진다. 연설을 마친 차이 총통은 노래 ‘메이리다오’를 단상의 타이베이 둔화(敦化)국민소학교 합창단과 국립실험 합창단, 참석자 1만여명과 함께 부를 예정이다. 가사 중 대만을 상징하는 물소·벼·바나나·목련이 나오는 부분에서 3~12m 크기의 모형이 관중석 사이에서 등장한다고 리 주임은 설명했다. 이어 대만 공군의 특수비행팀인 선더 타이거팀의 에어쇼가 화려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아름다운 섬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포모사에서 유래한 ‘메이리다오’는 1979년 대만 가수 양쭈쥔(楊祖?)이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한 앨범에 수록된 노래다. 1970년대 중국에 의해 유엔·미국·일본과 외교관계가 끊기면서 국민당의 대륙 수복 정책에 회의를 품고 자신의 정체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대만의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민주화 인사들이 이 노래를 진보 잡지 제목으로 채택하면서 권위주의 체제에 항거하는 자유의 상징으로 발전했다. 국민당 정부가 금지곡으로 지정한 이유다. 잡지 ‘메이리다오’ 관계자들이 그 해 12월10일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주도한 반정부 시위는 대만판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이후 민진당 창당과 대만 민주화의 초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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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취임을 기념해 출시된 대만 진먼 고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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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만 통신사인 중앙사는 27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에 자신의 오랜 골프 친구인 로널드 커크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대표단장으로 총통취임식에 파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인터넷판은 취임식에서 메이디라오를 합창할 것이라는 사실을 논평없이 보도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메이리다오는 한국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오월의 노래’에 비견되는 노래”라며 “차이잉원 총통이 대만의 민주화 성공을 통해 중국과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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