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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박 9단 상승세라서···" 박정환 "이 사범님 껄끄러워"

중앙일보 2016.04.28 01:16 종합 23면 지면보기
4년마다 한 번 열려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 준결승전에서 국내 랭킹 1·2위인 박정환 9단과 이세돌 9단이 맞붙는다.

이, 강동윤 꺾고 8년 만에 4강
박, 세계 1위 커제에 역전승

달라진 시간·룰에 모두 압박감
스웨·탕웨이싱도 준결승 격돌

24일 중국 상하이 응씨교육기금회 빌딩에서 열린 제8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본선 8강전에서 박정환 9단은 중국의 커제 9단을, 이세돌 9단은 강동윤 9단을 각각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한국과 중국 랭킹 1위의 맞대결로 초미의 관심을 모은 박정환 9단과 커제 9단의 경기에서 박 9단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293수 만에 백 1점 승(한국식으로는 반집 승)을 거뒀다. 박 9단은 “커제가 후반에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집중력의 문제가 실수로 이어져 역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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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이세돌 9단은 강동윤 9단에게 266수 만에 흑 5점 승을 거두며 2008년 6회 대회에 이어 두 번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후 4연승을 거뒀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는 질문에 이 9단은 “10~20판 이겼으면 모를까 네 판 이겼기 때문에 아직 컨디션이 좋다고 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답했다.

박정환 9단과 이세돌 9단은 결승전 티켓을 놓고 6월 10일부터 준결승 3번기를 벌인다. 상대 전적은 이세돌 9단이 17승 10패로 앞서 있다. 승부 예측에 대해 이세돌 9은 “박정환 9단이 점점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5대 5의 승부인 것 같다”고 했다. 박정환 9단은 “이세돌 사범님이 상대하기 껄끄럽고, 상대 전적도 내가 좋지 않다”면서도 “5대 5 승부”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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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두 사람은 이번 대결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통산 18번 세계대회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아직 응씨배에서는 우승하지 못한 이 9단은 “응씨배가 4년마다 열리는 만큼 우승 욕심이 큰 건 사실이다. 심리적인 부담감을 극복하는가가 이번 승부의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환 9단 역시 “다른 대회보다 대국 시간이 긴 응씨배를 위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체력 관리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응씨룰에 대해서는 두 선수 모두 부담감을 표했다. 응씨배는 자체적으로 만든 독특한 룰을 적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먼저 두는 흑에 주는 페널티)’이 8점(7집 반)이다. 거기다 다른 대회와 달리 초읽기가 없고,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면 벌점으로 집을 제한다. 올해부터는 제한시간이 3시간30분에서 3시간으로 짧아졌다. 시간 초과 시 벌점도 35분당 2점에서 20분당 2점으로 빡빡해졌다. 초과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도 3회에서 2회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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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은 “응씨룰이 최선의 대국을 위해 자체적인 룰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뀐 룰은 어중간한 것 같다. 예전에는 대국할 때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시간의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박정환 9단 역시 “제한 시간이 훨씬 짧아져 부담스러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장고가 좋은데, 2집을 공제하는 게 바둑에 많은 영향을 미쳐 시간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준결승전에는 이세돌·박정환 9단 외에도 중국의 스웨·탕웨이싱 9단이 진출했다. 한국 대 한국, 중국 대 중국의 대결로 펼쳐지는 준결승 3번기는 6월 10일(1국), 12일(2국), 14일(3국) 열리며 장소는 미정이다. 결승 1·2국은 8월 8~13일 중, 결승 3~5국은 10월 21~27일 중 열린다.

응씨배는 1988년 대만의 기업가 고(故) 잉창치(應昌期)가 창설한 최초의 세계 기전이다. 우승 상금은 40만 달러(약 4억4000만원)로 세계대회 개인전 중 가장 많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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