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두 귀, 어깨 금속핀, 깨진 무릎 … 금메달을 위한 상처

중앙일보 2016.04.28 00:48 종합 28면 지면보기
“내겐 훈장과 같다. 남자답고 멋있지 않나.”
 
기사 이미지

올림픽 입상 꿈꾸는 악바리들

8월 리우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에 출전하는 김현우(28·삼성생명). 그의 귀는 일그러진 ‘만두 귀’다. 오랜 세월 매트 바닥에 쓸리고, 상대 선수와 부딪혀 혈관이 부어올랐다. 그래서 귀가 만두 모양처럼 뭉그러져 있다.

김현우는 “중1 때 레슬링을 시작했는데 1년 만에 ‘만두 귀’가 됐다. 처음에는 고통이 심했지만 바닥에 쓸릴수록 귀가 단단해졌다”며 “이어폰을 꽂을 수 없어서 헤드셋을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거울에 비치는 내 귀를 보면서 리우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선수에게 올림픽은 일생일대의 꿈이다. 4년에 한 번, 어쩌면 평생에 한 번 찾아올 만한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선수들은 기꺼이 몸을 내던진다.

피땀으로 얼룩진 그들의 몸엔 상처가 고스란히 남는다. 올림픽 개막(8월 5일)을 100일 앞둔 27일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상처투성이었다. 그들의 상처는 피나는 노력과 빛나는 영광을 말해주고 있었다.
 
기사 이미지

남자 양궁 김우진(24·청주시청)의 오른손에는 굳은살과 물집이 많다. 양궁은 활 시위를 당길 때 검지·중지·약지를 쓴다. 특히 힘을 많이 쓰는 오른손 검지가 눈에 띄게 틀어졌다. 김우진은 “예전에는 굳은살 때문에 악수하기가 두려웠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괜찮다” 고 말했다. 당당하게 손을 펴보인 그는 “잠들기 전 오른손에 바셀린을 듬뿍 바른다. 그리곤 비닐장갑을 두 겹 끼고 고무줄로 고정한 다음에 일반 장갑을 위에 낀다. 그러면 굳은살이 조금 연해진다. 공업용 사포로 손을 문지르며 관리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여자양궁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도 물집이 잔뜩 잡힌 오른손을 보여주며 “영광의 상처”라며 해맑게 웃었다.

태권도 여자 49㎏급 김소희(22·한국체대)는 왼쪽 엄지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 김소희는 “5년 전 경기 도중 상대의 강한 발차기를 막다가 이렇게 됐다. 지금도 손가락을 만지면 아프다”면서도 “이 상처가 없었다면 지금 내가 달고 있는 태극마크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하키 주장 한혜령(30·kt)은 오른쪽 눈두덩에 1cm 가량의 상처가 있다. 한혜령은 “3년 전 뉴질랜드 국제대회 경기 도중 상대가 때린 공에 얼굴을 맞았다. 피가 철철 흘렀다. 엉엉 울면서 네 바늘을 꿰맸지만 집에는 비밀로 했다”고 말했다. 하키 공에 수차례 맞은 그녀의 몸은 여기저기 시커멓게 멍이 든 상태였다.
 
기사 이미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딴 사격 진종오(37·kt)의 별명은 ‘터미네이터’였다. 대학 시절 그는 축구를 하다가 오른쪽 어깨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총을 쏘기 위해 오른손을 들었다 놨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사격 선수에겐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결국 어깨에 길이 5㎝의 금속핀을 박았다.

수술자국이 어깨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진종오는 “지금도 통증이 남아있어 장시간 훈련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격은 60발이 아니라 단 한 발로 승부가 난다’고 믿는다. 큰 부상을 당한 게 한발 한발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이제 사격에서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사 이미지

여자핸드볼 에이스 김온아(28·SK)는 양 무릎에 두 차례씩 메스를 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서 오른 무릎 대퇴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이듬해에는 무릎에 박았던 나사가 튀어나와 염증을 일으켜 재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그의 무릎에는 나사 1개와 핀 2개가 박혀있다. 김온아는 “반복되는 수술과 재활훈련에 지쳐 핸드볼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지금은 시련을 잘 이겨낸 내가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글=박린·김지한·김원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rpark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