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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엄마가 무서워? 아빠가 무서워?

중앙일보 2016.04.28 00:43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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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 회담’ 출연자

얼마 전 JTBC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통계가 공개됐는데 의외의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어 최근 사람들이 상품·음식을 주문할 때 앱을 전화보다 더 많이 쓰는데 그 이유를 알아봤더니 ‘남들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가 가장 많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엄마가 무서워? 아빠가 무서워?’라는 질문에 ‘아빠보다 엄마가 더 무섭다’라는 답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다. 원인도 더 놀라웠다. 아빠가 가족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워낙 짧아 무서워할 겨를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를 보고 이슬람·아랍권 출신으로서 깜짝 놀랐다.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고국 이집트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어머니는 무서워할 대상이 아니라 은혜를 갚아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초·중·고 과정의 모든 학년에서 ‘어머니 은혜’에 대한 내용을 배운다. 배 속에 아이를 9개월이나 품어준 은혜가 교과서에선 물론 사회적으로도 늘 강조된다. 어머니는 자식이 배부르기 전에 배부를 수 없고, 자식이 잠들기 전에 편히 쉴 수 없는 헌신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천국은 어머니 발 밑에 있다”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말씀대로 어머니의 위치는 참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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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버지에게 혼나면 도망가는 곳이 바로 어머니의 품이다.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가 이러니 아무리 어린이라도 ‘엄마가 무섭다’고 하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자녀라면 아무리 혼나거나 갈등이 생겨도 어머니를 우선시하는 게 당연하다. 이집트 사회에선 좋아하는 여자나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도 어머니가 반대하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헤어지는 게 낫다는 인식이 작지 않다. 결혼해도 어머니를 가장 우선시하는 걸 당연히 여긴다. 결혼하는 여성도 나중에 어머니가 되면 자식들이 누구보다 자신을 더 극진히 모실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인다. 이집트에선 어머니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잘 모시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론 ‘엄마를 더 무서워한다’는 조사 결과는 진짜 무서운 존재라기보다 자주 접하다 보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신경을 많이 쓴 결과로 볼 수 있겠다. 아버지는 자주 보지 못해 그럴 일도 별로 없다. 열흘 뒤면 어버이날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의 은혜를 되새겨보자.

새미 라샤드 JTBC ‘비정상 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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