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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신 차려라, 또 한번 한 방에 훅 간다!

중앙일보 2016.04.28 00:41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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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좀처럼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일이 터졌다. 여소야대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그간 한국에는 저출산 고령화로 20·30대 유권자가 줄고 50대 이상 유권자는 늘었다. 여기에 더해 호남 유권자만큼 충청 유권자가 많아졌고 영남 유권자는 호남과 충청 유권자를 합한 것보다 훨씬 많아진 지 오래다. 경제위기로 지구촌에 보수화가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한국에는 일본식 장기 불황은 물론 자민당식 장기 집권이 예상됐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대신 야권이 과반수를 확보했다.

총선 패배의 공식은 자명하다. 2012년에는 민주당이 이긴다고 자만한 상태에서 계파 공천을 자행하더니 선거 직전 김용민의 막말이 공개됐어도 반성하지 않았다. 2016년에는 새누리당이 몇 석이냐가 문제지 이기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고 ‘진박’ 공천을 추진하다가 ‘진상’ 공천으로 만들어 놓았다. 당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의 ‘막가파’식 언행도 유권자를 질리게 만들었다. 2012년에는 당명과 색깔도 바꾸고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으로 중도로 이동했던 새누리당은 이번에 조금도 안 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당명과 대표도 바꾸고 포용적 성장이며, 햇볕정책의 변화니 당의 정체성을 뜯어고치겠느니 하며 중도로 움직이는 흉내라도 냈다.

오랫동안 정권을 맡겨놓아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는 차에 공천까지 엉망이니 영남의 40·50대 보수적 유권자도 새누리당에 등을 돌렸거나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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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동안 여소야대가 일상적이었다. 1987년 이후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것은 탄핵의 바람 속에 치러진 2004년 총선에서 시작됐다. 그 뒤 2012년 총선까지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이념의 보수화에 따라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단점정부가 이어졌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총선,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다 여소야대까지 겹치면 업무가 아예 마비될 수 있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공약이나 정책이 국회에서 거대 야당에 의해 가로막히기 일쑤다.

그래서 과거 여소야대는 총선이 끝난 뒤 인위적 정계 개편으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야당 의원들을 집단적으로 빼내 여당으로 보내기도 했고 그것도 부족해 ‘3당 합당’도 추진했다. 물론 여소야대를 해결한다고 정략적으로 추진한 정계 개편은 당연히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정국은 오히려 더 꼬였다. 지금은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주도할 인물도 자원도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며 또 그래서도 안 된다. 그래서 이번의 여소야대는 역설적으로 한국 정치의 퇴보가 아닌 발전으로 향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소야대가 잘 풀리기 위해서는 첫째, 정당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민주적 정당정치에서 정파는 필수다. 정파는 이념이나 정책을 위주로 경쟁하고 발전하면서 국가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 그러나 한국 정당에는 정파가 없고 대통령과 가까운 것을 기준으로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고 ‘진박’에 ‘뼈박’까지 나오는 한편, ‘친노’니 ‘비노’니 하며 배제와 독점의 논리가 판을 친 지 오래다. 공천과 당직을 두고 친박과 비박 싸움, 친노와 비노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니 정책은 뒷전이고 국민의 행복은 멀어졌다. 이참에 정당들은 모든 계파를 해체하고 정당의 경계까지 뛰어넘어 국민의 복리만을 위한 정책 경쟁의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둘째, 국회의 권능을 높여야 한다. 국회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헌법이 입법부로서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법도 잘 만들고 예산도 잘 짜야 하며 또 행정부가 일을 잘하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한데 제19대 국회에서는 거대 여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면서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갔고, 타협이 사라지자 국회의 생산성은 여소야대 때보다도 더 떨어졌다. 그나마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개정안·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세월호특별법 등을 처리하면서 여야의 타협을 도출했고, 노동4법에 대한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했던 것 역시 향후 국회의 권능을 높이는 데 교훈이 될 것이다. 앞으로 20대 의원들이 국가기관으로서 자율성을 가지고 상임위원회를 통해 정책 경쟁을 벌이고, 국회와 정당의 지도부도 청와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한다면 제19대 국회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선거 정치는 자제하자. 총선이 끝나자마자 모든 당이 당대표니 원내대표니 선거 정치에 빠졌다. 어느 당은 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도 않고 어느 당은 승리에 기고만장해져 있다. 게다가 총선 직후 벌써 2017년 대선을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부터 터져 나왔다. 정당은 집권을 추구하고 정치인은 대표나 대통령을 꿈꾸지만 국민은 지금 당장 먹고살 일자리를 걱정하는 중이다. 아무리 당 지도부가 공백이고 대선이 가깝다 해도 너무 속 보이게 선거 정치부터 하고 있다. 또 계파 싸움에 국민을 뒷전으로 밀겠다는 거다. 이번에 보낸 국민의 메시지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정신 차려라. 안 그러면 또 한 방에 훅 간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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