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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아이고

중앙일보 2016.04.28 00:02 경제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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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애플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1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애플이 썩는 게 아닐까. 애플이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섰다.

2분기 순이익 22% 감소 ‘어닝쇼크’
믿었던 중화권 아이폰 판매 급감
NYT “고객 지갑 열 다른 상품 없다”
AI·전기차 등 차세대 동력도 의문


애플이 26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년 2분기(1~3월) 실적에 따르면 매출(505억6000만 달러)은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었다. 애플의 매출이 준 건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나 감소했다. 어닝 쇼크다. 충격적인 실적이 전해지며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8% 이상 떨어졌다.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에 맞먹는 470억 달러가 시가총액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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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그동안 사상 유례없는 성장 신화를 써왔다. 2007년 정보통신(IT) 생태계를 재편한 아이폰을 앞세워 꾸준한 혁신과 성능 개선 등으로 수요를 늘리며 성장을 구가해왔다. 그 결과 2003년 50억 달러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5786억 달러(26일 종가 기준)로 늘어나며 세계 1위 기업의 자리를 꿰찼다.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51분기(12년9개월) 연속 매출 증가라는 초유의 기록도 세웠다. 이런 애플의 성장 신화에 제동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애플 전체 매출에서 65%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판매 부진이다. 2분기 아이폰 판매 대수(5120만 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6120만 대)에 비해 16%나 줄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이 쪼그라든 게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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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매출은 최근 4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늘며 애플의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번 분기 중화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나 줄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가 ‘차이나 쇼크’를 불러온 요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더 이상 애플의 성장엔진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전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 출고량의 성장세는 꺾이고 있다. 27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0∼2014년 스마트폰의 연평균 출고량 증가율(전년 대비)은 33.7%였다. 하지만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2015년보다 5.7%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2019년까지 연평균 출고량은 전년 대비 7.9% 늘어나는 데 머물 것으로 추산됐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가 앞으로는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에 의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고객이 지갑을 열만한 다른 인기 상품이 없다는 게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애플의 실적 부진을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넘기기 어렵다. 특히 애플은 프리미엄폰 중심이다. 아프리카·인도 등 그나마 수요가 늘어나는 시장에서는 프리미엄폰보다는 저가폰의 공세가 거세다. 아이폰 업그레이드 주기가 늦어지는 것도 수요를 둔화하는 요인이다. RBS 애널리스트 아멧 드라야나니는 “10년 전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일어났던 교체 판매 주기 둔화 현상이 아이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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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아이튠스 스토어와 애플 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이 2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애플의 성장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등 애플이 추진하는 사업도 실체가 분명치 않다. IT시장 조사업체 테크아날리시스 리서치 밥 오도넬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기술이나 부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 부진은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 미래가 어렵다고 볼 만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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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부진이 삼성전자나 화웨이 등 경쟁업체에 호재가 될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 애플의 경쟁업체들이 새 수요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시각과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과 화웨이 등이 신제품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는 분석이 맞선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팔아 얻는 이익은 독보적이다. 지난해 말 나온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의 84%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16%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매출액 기준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36%다. 삼성전자가 27%, 화웨이가 5%로 뒤를 잇고 있다.

하현옥·임채연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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