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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일터] 매년 경제적 손실 20조…'산업안전' 혁신경영의 새 화두

중앙일보 2016.04.28 00:01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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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경영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정기적으로 안전 훈련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GS칼텍스는 전남 여수 공장에 24개의 실내외 훈련코스를 갖춘 ‘안전훈련장’을 마련했다. 여수 공장에서 GS칼텍스 직원들이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

산업 현장은 또다른 전쟁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250여 명이 부상당하고, 5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각 기업과 근로자들의 노력으로 해마다 재해로 인한 피해자와 사망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매년 9만여 명이 산업 재해로 고통을 겪고 있다. 산업 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 추정액도 해마다 20조원에 육박한다.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일은 근로자들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안전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20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 점검과 대토론회를 열었다. 또 지난 25일 안전시설에 500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안전경영실을 신설하는 등 ‘안전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산업 재해로 매년 9만여 명 고통
안전한 현장은 기업 경쟁력 직결
국내 기업도 안전 관리 역량 집중

 해외 기업은 일찍부터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에 주목했다.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인 미국 듀폰의 안전 관리 역사는 200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안전 규칙’을 명문화해서 실천한 것이 1811년 1월1일이다. 100년 뒤인 1911년에는 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안전수칙책자를 만들어 모든 공장에 배포했다. 1927년에는 설립 125주년을 맞아 안전을 아예 회사의 핵심 가치로 공표했다. 지금도 듀폰에서는 회의를 하기 전에 항상 5분 정도 안전에 대한 대화를 하도록 회사 방침으로 정해놨다.

 세계에서 가장 큰 화학 공장인 독일 바스프의 루트비히스하펜 공장에는 설립한 지 100년이 넘는 자체 소방서가 있다. 소방관만 120명, 한 대에 120만 유로(약 15억 5000만원)나 하는 특수 소방차까지 갖췄다. 1948년 화학물질을 실은 기차가 정차 도중 과열로 폭발한 사건 이후 이 공장에서는 단 차례의 대형 사고도 일어난 적이 없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이런 안전 정책을 각국에서 고수한다. 2013년 5월 벨기에에서 화학 약품을 실은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났을 때 벨기에 바스프의 앤트워프 공장 소방센터가 사고 수습에 나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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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안전보건공단]

 국내 기업도 안전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2013년 초 반도체 불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그룹 차원의 안전 컨트롤 타워인 ‘안전환경연구소’를 강화했다. 지난달 안전환경연구소는 전국 2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고 신고 체계와 피해 확산 방지 대비 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파악했다. 소비자가 직접 안전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테마파크 에버랜드의 경우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44개의 놀이시설을 점검한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직접 “안전의 근본부터 점검하고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국내 사업장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도 안전 경영 인증을 받고 있다. 이달에는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이 인증을 받았다.

현대기아차도 모든 국내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18001’ 인증을 받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 사고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차는 교통 안전 문화 확산을 내세운 ‘세이프 무브’ 활동을 그룹의 4대 핵심 사회공헌활동 목표로 삼았을 정도다. 어린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통학버스를 안전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천사의 날개’ 1만 개도 배포했다. 천사의 날개를 통학버스 오른쪽에 달면, 차량 문이 열릴 때마다 ‘어린이가 내려요, 스톱(STOP)’이라고 쓴 노란색 날개 모양 경고판이 펼쳐져서 뒤에서 오는 오토바이·자전거 운전자가 주의할 수 있다.

 신세계는 오는 12월 개장 예정인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에 최첨단 안전 기술을 동원했다. 백화점·수족관·테마파크를 비롯해 도시철도 역사와 버스 터미널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초대형 복합시설인 만큼 리히터 6.5 규모 지진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했다. 또 고열에도 기둥이 지탱할 수 있도록 3시간 동안 불을 견딜 수 있는 내화 설계를 하고, 3만8000명이 30분 안에 어떤 방향으로든 모두 대피할 수 있게 구조를 만들었다.

 한화 그룹은 사고 대응 시나리오를 업종별로 최대 20여 개까지 만들고 이에 맞춰서 안전 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다. 또 안전 절차를 지키기 않은 것이 3번 이상 적발되면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도 징계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작업 전에 안전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아예 현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작업자 출입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CJ그룹은 매주 수요일 업무 시작 전에 전 임직원이 ‘안전 스마트 미팅’을 한다. 안전 사고 사례를 공유하고 안전 규정을 재확인한다. 매달 ‘그룹 안전의 날’에는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현장에서 안전 문제점을 확인한다. 영화관·패밀리레스토랑 등 불특정 다수가 많이 찾는 사업 현장이 많은 만큼 각 점포에서 긴급 소방훈련과 비상 대피 훈련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전 임직원이 각자 스스로 안전을 꼼꼼히 챙겨서 재해 없는 현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안전 SSS(Self-directed Safety Spread) 페스티벌’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직원들이 안전다짐대회도 개최했다. 기업 차원에서 아무리 안전을 강조하더라도 결국 안전은 직원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 주의하지 않으면 지켜질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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