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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30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6.04.26 18:18

살려면 여기밖에 없어요. 여기 말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벨라루스와 국경이 맞닿은 우크라이나 도시 프리피야트 인근 지역은 아직도 30년 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옛 소련 시절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지어진 이 도시는 원전 노동자들이 오가는 일종의 ‘베드 타운’이었다.

체르노빌 30년…기준치 10배가 넘는 ‘방사능 우유’


하지만 1986년 4월 26일 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곳은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직접적인 사망자는 31명, 하지만 이후 10만 명 넘는 사람이 방사능에 노출된 후유증으로 죽어갔다. 인구 5만 명의 프리피야트도 대부분 거주 금지구역으로 묶였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 인근지역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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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구소련이었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원자력 발전소 4호기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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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근무자들이 살던 프리피야트 아파트에는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뒤로 보이는 거대한 아치형 구조물로 파괴된 원전을 다시 덮을 계획이다. [AP=뉴시스]

 

우리는 배가 고픕니다. 그저 먹고 싶을 뿐입니다.”


원전 인근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잘리샤니의 오염된 땅에서 경작한 작물을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주민들. 갓 짜낸 우유에서는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기 일쑤다. 재정난에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제 손을 놓았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급식마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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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인근 벨라루스의 한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에서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약 45k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목장.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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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인근 벨라루스의 한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에서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약 45k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목장.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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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인근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유제품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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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한 병원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한 아이가 방사성 오염에 대한 검사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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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예프주 잘리샤니에 사는 빅토리아 베트로바가 지난 5일(현지시간) 젖소에게서 갓 짜낸 우유를 취재진에게 보여 주고 있다. 이 지역은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도 방사능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AP=뉴시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발전소는 여전히 유해 물질을 내뿜고 있다.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벽에 금이 가면서 다시 철제 구조물을 씌우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국제 사회가 자금을 지원하는 공사는 높이 110m, 너비 260m 규모로 우리 돈 약 2조 570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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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인근 놀이공원은 30년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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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사고가 난 체르노빌 원전 4호기를 다시 덮을 높이 110m, 너비 260m 규모 의 아치형 강철 덮개의 공사가 한창이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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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조 5700억원이 투입되는 덮개 설치 공사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국제사회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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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26일(현지시간)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당시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하고 현장 수습에 뛰어들었다 숨진 소방관들과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 [AP=뉴시스]


25년 뒤 일본에서 또 다른 원전이 쓰나미를 맞았다. 후쿠시마의 주민 16만 명 중 7만 명이 고향을 떠나지 못했다. 늙고 병든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낮은 목소리는 잘리샤니 주민의 절규를 꼭 닮았다.
 

가고 싶은 곳도, 갈 곳도 없습니다.”


글=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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