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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졸업식 비난한 학생에게 "학위 수여 재검토하겠다"는 대학 총장

중앙일보 2016.04.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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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익명의 제보자 제공]

 

8월에 학위를 받게 되면 그날 (가족·친지) 불러서 졸업을 기념하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졸업식) 변경 및 통합 공지에 대책이 서질 않는다."


지난 21일 인하대학교 인터넷 내부 자유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개교기념일에 맞춰 4월 졸업식을 추진하는 학교 측의 계획에 항의하는 박사과정 수료생 A씨의 글이었다.

A씨는 "다음주에 졸업식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아직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연락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졸업식장에서 학위복 없이 논문을 작성하는 퍼포먼스를 하려고 한다. 관심이 있는 원생들은 노트북을 들고 와 졸업식장에서 논문을 작성하자"며 "4월 졸업식이 학생들의 실존 없이 이뤄지고 있는 강압과 폭력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덧붙였다. 하지만 A씨는 실제 퍼포먼스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한 4월 졸업식이 도마에 올랐다. 학생의 항의글에 총장이 "해당 학생의 박사학위에 대해 대학원위원회에 총장으로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히면서 꽤심죄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인하대 등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해 말 매년 2월과 8월 두 차례 하던 졸업식을 올해부터 4월 개교기념일에 한 차례 통합 졸업식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캠퍼스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자 개교기념일(4월 24일)에 학생들의 새출발을 축하하는 축제의 자리로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24일이 일요일인 만큼 하루 앞당긴 지난 23일 졸업식을 열고 학사·석사·박사 등 3539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상당수 학생들이 이달 초에 들어 4월 졸업식을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글에 24일 최순자 총장이 답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최 총장은 "박사학위를 받는 행사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가지고 글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 인하대의 박사학위 수여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A씨의 박사학위에 대해 대학원학위위원회에서 제대로 평가한 것인지 확인하겠다. A씨 같은 사람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또 "졸업식장에 노트북을 가져와 논문 작성하자고 부추기는 사람이 정상?", "(A씨의 학위 수여에 대해) 대학원위원회에 총장으로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다른 글도 올렸다.

이 글에는 50여개의 댓글이 달리고 또 다른 반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대부분 "개인 의견을 올렸다고 '박사학위 수여를 재검토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학생은 "대한민국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라며 "총장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논문을 통해 학생을 협박하고 있다. 총장이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누가 학교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겠나?"고 밝혔다.

한 교수도 "해당 학생은 학교 학사일정에 따라 논문심의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 4월 졸업식에 문제점이 있음을 밝힌 것인데 박사학위 심사과정, 논문 내용을 문제삼겠다는 문제가 있다"며 "박사학위논문은 인성으로 수여되는 것이 아니다. A씨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일개 교수인 것이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적었다.

"자유게시판이 맞느냐?", "무서워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의 대사가 생각난다", "A씨에게 학위를 주지 못하겠다면 내 것도 가져가라", "총장의 지위에 맞게 행동해 달라"는 등의 글도 달렸다.

또 다른 학생은 최 총장에게 "지금 하시는 일이 소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글을 남겼다. 최 총장은 이 글에도 "박사학위는 특히 인간 됨됨이를 본다"며 "사회에 나가서도 인하대의 명예를 실추하는 행위를 하면 박사학위를 박탈할 수 있다. 학칙에 나와있다. A씨 행위가 학칙에 벗어나면 나는 총장으로서 학위증에 서명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논란이 계속되자 최 총장은 지난 25일 자유게시판에 'A씨 관련하여'라는 글을 올리고 "여러 논란이 일어나게 되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A씨의 글을 보고 우려스러워 인하대 졸업생(박사학위)의 인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문제가 있다면 학칙에 의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A씨의 부모님과 지도교수, A씨와 함께 다시 면담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글에도 "박사과정 대학원생에게 부모님과 동석한 면담이라니", "부모님 소환 불응하면 그 핑계로 학위를 안주는 거냐?", "여기가 초등학교냐?" 등의 비난글이 달렸다.

인하대 관계자는 "최 총장이 인성을 강조하다 보니 생긴 문제같다"며 "총장과 A씨가 오늘 오전 면담을 진행해 글을 올리게 된 전후 사정을 들었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대화로 잘 해결했다"고 말했다.

한편, 최 총장은 이날 사과문을 발표하고 "A씨와 A씨의 어머니, 지도교수를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A씨가 졸업식 바로 전날 졸업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사실을 알게 됐다"며 "A씨와 A씨의 어머니에게 '모든 일은 총장의 책임이며,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했다"고 밝혔다. 또 "A씨에게 학위수여와 관련해 대학원위원회에 총장으로서 이의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달했다"며 "이번 일은 전적으로 총장의 책임이다. 소통의 소중함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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