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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롤모델 흉내내느라 지친 당신, 자기 장점을 키우세요

중앙일보 2016.04.26 03:34 강남통신 10면 지면보기
성격이 맘에 안 들어 고민인 20대 여성

Q.
‘난 이래야 돼’ 다그쳐도 잘 안돼요 직장 1년 차 20대 후반 미혼 여성입니다. 제 고민은 성격을 바꾸고 싶은데 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만났을 때는 당연하고 심지어 혼자 있을 때조차 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을 떠올리고 그렇게 나도 그렇게 행동해 보려고 애를 쓰지만 잘 되지가 않습니다. 잘 안되니 더 저 자신에게 ‘넌 이래야 돼’라며 강박적으로 다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너는 인간적이어야 해, 착해야 해, 웃어야 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해’ 이런 식으로요.

당당히 저만의 삶을 살고 싶고 저만의 매력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사람 만나기가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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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심수휘 기자]


A.
억지 연기로 성격 바꾸기 어려워요 내가 느끼기에 매력적인 사람의 성격을 닮으려고 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죠. 긍정적인 모델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심해 강박처럼 된다면 마음도 지치고 지친 마음은 변화의 동기도 약해져 버립니다. 모델링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도 필요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도 예뻐해 주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는 인간적이야 해, 착해야 해, 웃어야 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해,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너무 강박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자존감도 떨어지고 사람 만나기가 두려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 사연 내용처럼 말이죠.

먼저 성격에 대해 알아볼까요. 성격은 나에게 주어지는 여러 자극에 일정하게 반응하는 패턴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자극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자극일 수도 있고 내 마음 안에서 흘러나오는 자극일 수도 있습니다. 언어적 자극일 수도 있고 시각적 자극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자극에 반응해서 내 감성·생각·행동들이 표현되는데 사람마다 다 고유의 표현 패턴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이것을 성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성격적 특징이란 그 반응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지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성격은 잘 바뀌지 않는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내성적인 성향이 불편하다고 억지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죠. 반대로 나서기 좋아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침묵을 지키는 무뚝뚝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어도 그 성향 자체가 바뀌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격을 바꾸기 위해 지나치게 인위적인 노력을 하다 보면, 마음도 지치고 자기 성격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마저 가리게 됩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지만 자존감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때론 자기 비판보다 칭찬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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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심수휘 기자]


좋은 성격을 갖기 위한 전략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나는 자기 성격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바꾸어 버리는 전략입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는 자기 성격의 긍정적인 면을 더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문제점보다 장점을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하여 단점을 약화하는 방법입니다. 전자를 결함중심접근, 후자를 강점중심접근 전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어떤 방법을 삶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결함 중심 접근에 익숙합니다. 문제 해결 위주로 교육을 받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방법은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성격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려면 결함을 해결하는 것보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감정중심접근과 결함중심접근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조직에서 현안을 해결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 결함중심접근입니다. 지금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찾아내고 그것을 교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너무 문제중심접근을 하다 보니 우리 뇌가 이제 잘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한 병원에서 간호사 이직률이 높아 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항상 그랬듯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직률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접근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조직의 강점을 찾아보자고 한 것입니다. 나간 사람의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고 안 나가고 만족스럽게 다니는 직원들에게서 강점을 탐구한 것이죠. 그리고 그 강점을 더 강화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이직률이 떨어졌습니다. 감정중심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두 내가 결정해서 하는 것 같지만, 의외로 부지불식 간에 입력된 언어화된 프레임이 내 무의식에서 역으로 나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프레임에 대해선 거부 반응이 없어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선입견이나 편견을 만들 수 있는데요. 마음의 변화에 따라 마음을 다루는 프레임에도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때론 비판보다 칭찬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내 참모습 그대로 자신감 키우기

오늘 사연으로 돌아가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다그치듯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마음에 저항만 일으켜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당히 나만의 삶, 나만의 매력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럼 먼저 필요한 것이 내 성격에 대해 파악하는 것입니다. 특히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이죠.

긍정적인 부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 한 명 사귀지 못할 것 같은 내성적인 성향의 분이 사업에 크게 성공한 경우를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대인 관계를 잘 맺는 활달한 성격이 성공에 유리하다는 상식과는 잘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타는 내성적인 모습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어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른 예로 까칠한 성격을 가진 사람 중에 의외로 진짜 친구가 많은 경우를 보게 됩니다. 남한테 비위 맞추기보다는 자기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는 성격이다 보니 애매한 친구는 빨리 떨어져 나가버려 친구 수는 적어도 정말 마음까지 통하는 친구 수는 더 많을 수가 있죠. 반대로 남에게 잘 맞추는 성격을 가지신 분 중에 정말 친구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내 성격의 특징을 이해한 후 억지로 먼저 단점을 고치려 하지 말고 우선 내가 가진 장점을 강화해 나가다 보면 이차적으로 단점까지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성적인 사람이 억지로 활달한 모습을 연기하다 보면 쉽게 지치고 누가 나를 좋아해도 진짜 내 모습이 아니어서 마음이 공허하게 됩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었는데 상대방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면 대인 관계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조금씩 사교적인 모습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생긴 대로 삽시다’란 말이 생각납니다. 생긴 대로 잘 살아 봅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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