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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술용 피부터 확보”… 국책은행 실탄 준비 나선다

중앙일보 2016.04.26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한진해운이 25일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주재하고 관련 부처 차관 등이 참석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조조정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해운·조선업을 중심으로 향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다.

“합병·빅딜은 아직 먼 이야기
구조조정 분위기 조성에 주력”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서 제출
자산 매각 등 4100억 확보안 내놔

정부 고위 관계자는 “취약 업종의 하드웨어 개혁보다는 소프트웨어 개혁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기업을 쪼개고 통폐합하는 식의 ‘하드웨어’보다는 구조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소프트웨어’ 개편에 주력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구조조정 패키지에는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과 실업대책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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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실탄(돈)’이 있어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과 수술을 제대로 하려면 피(유동성) 수혈부터 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에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망하게 하려면 부실 청소비용이 필요하다. 살릴 기업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도 신규 자금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여력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은 총여신 128조9000억원 중 7조3000억원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고정 이하 여신)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조89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수출입은행도 총여신 124조8000억원 중 4조원이 부실채권이다. 이 수치는 대우조선해양 등 정상 여신으로 분류된 조선·해운사 여신은 제외한 것이다. 양대 해운사 합병이나 조선 3사 빅딜, 일부 사업 부문 매각 등에 대해선 “아직은 먼 얘기”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부실기업을 합친다고 부실이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각 사의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다만 조선업의 경우 생산설비는 넘쳐나는데 수주 가뭄이 심각한 만큼 중소 조선사를 타깃으로 산업정책 차원의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41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추가 자구 계획안을 내놓았다. 미국·일본·대만의 터미널 지분과 국내외 건물 등의 자산을 팔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묶여 있는 자산을 현금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에이치라인해운에 투자한 지분(5%)을 매각하고 벌크선 선박도 팔기로 했다. 한진해운 측은 “고가로 빌린 선박 대부분은 2017년까지 반납할 예정이라 용선료 조정작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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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날 업계 관계자와 함께 세계 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대책회의를 열었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글로벌 해운시장이 4개 동맹에서 3개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프랑스 선사는 지난 20일 새로운 동맹 ‘오션’을 결성한다고 밝혔고,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까지 쿠웨이트 선사 UASC와 합병하기로 발표했다. 기존 최대 해운동맹 ‘2M’과 새로운 동맹 오션은 이미 회원 가입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국내 선사는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에 줄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해운동맹이 4강에서 3강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한국 2개 선사는 어느 동맹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이 아직 없다”며 “동맹이 짜이기 전에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조치가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적화물 비중이 51%에 달하는 부산항도 국내 선사가 해외 동맹에서 제외된다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서경호·김민상·문희철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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