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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에만 20곳 기관장 선임 … “윗선서 이미 낙점” 소문

중앙일보 2016.04.26 02:16 종합 3면 지면보기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는 지적 측량과 공간정보 체계 등을 연구하는 공공기관이다. 공사 스스로 ‘최고의 국토정보 전문기관’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지난 2월 초 공사 상임감사에 뜻밖의 인물이 선임됐다. 이문수(65) 전 자유수호 구국국민연합 대표다. 이 단체는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개 지지를 선언했던 곳이다. 이문수 감사의 이력 역시 정당·시민단체 활동이 전부다. 이 감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응모해 뽑혔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형님이 측량기사라 이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영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륜과 다양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며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총선 전 이사·감사 자리 꿰찬 10명
직무연관성보다 정치권과 더 인연
국토정보공사 감사에 뽑힌 인사는
“형님이 측량기사 … 응모해 뽑혔다"

앞서 1월 말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신임 상임감사에 이진화(55)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을 선임했다. 이 감사는 최근까지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서울시연합회장을 지냈다.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박보환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직무와의 연관성보다는 정치권과의 인연이 더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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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또다시 정치인·관료 출신 낙하산 부대의 ‘드롭존(drop zone : 낙하 지점)’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13 총선 전후로 정·관피아(정치권·관료+마피아)가 잇따라 공공기관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총선 전에 공공기관의 이사·감사 자리를 꿰찬 정치권 출신 인물만 10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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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가 더 문제다. 중앙일보가 공공기관 알리오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현재 공석이거나 올해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 자리는 97곳에 이른다. 전체 공공기관의 28.5%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지역난방공사·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은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이다. 한국장학재단·한국국제협력단·근로복지공단·신용보증기금·한국거래소·기술보증기금 등은 연내에 새로 기관장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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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을 포함해 당장 5~6월에 이사·감사를 새로 뽑는 공공기관도 20여 곳에 이른다. 정·관가에는 “위에서 누구를 어느 자리에 낙점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최근 선임된 이사를 청와대가 추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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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도 낙하산 논란으로 시끄럽다. 서병수 부산시장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출신인 김영준(57) 전 부산환경공단 이사는 1일 예탁결제원의 예탁결제본부장(상무)에 선임됐다. 신용보증기금은 11일 김기석(70) 전 새누리당 국민통합위원회 기획본부장을 감사에 선임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상임이사에 유기현 전 한나라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을, 주택금융공사는 비상임이사에 서정환(창원대 교수) 전 새누리당 경남도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난달 임명했다.

| 전문가 "임원추천위, 선정위 전환을”
국민의당에선 낙하산 방지법 추진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들은 대체로 직무 관련 능력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능력은 있는데 개인적 욕심으로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 마련”이라며 “이렇게 되면 조직에 큰 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낙하산의 고리를 당장에 끊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역대 어느 정권도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취임 초 “낙하산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능력 없는 인사의 낙하산 투하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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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통화위원 선임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비판한 한국은행 노조원 이 낙하산 인사 관행의 줄을 끊으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한은노조]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이 지난 2월 ‘창당 1호 법안’으로 내세운 ‘낙하산방지법(공공기관운영법)’이 주목받는다. 국회의원이나 정당 지역위원장, 공직선거 낙선자와 정당 당직자(2급 이상) 등이 직을 사임한 지 3년 이내에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철 연구실장은 “국민의당의 제안은 지나치게 직업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나 임원추천위원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낙하산 방지법과 같은 접근은 그간 성공하지 못했다”며 “CEO 등의 추천 권한을 갖고 있는 임원추천위원회를 선정위원회로 바꾸고 명망 있는 전문가에게 선임을 맡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장에게 권한을 주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묻는 시스템 정착도 필요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 책임과 권한이 연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윗선’의 변화 없이는 낙하산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관장 평가 시스템도 중요하다. 무능한 낙하산은 걸러내고 능력 있는 기관장은 변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윤·강병철·조현숙·하남현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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