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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간 김종인 “승리 자만 땐 사정없이 죽비 내리쳐 달라”

중앙일보 2016.04.26 02:11 종합 5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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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시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김 대표 뒤 앞줄 왼쪽부터 정성호·이개호·양승조·이종걸·전현희·정세균·김부겸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김 대표는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계속 비상 상황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프리랜서 오종찬]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를 찾아 “제1당이 됐다고 우리 당의 ‘비상상황’이 해제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라며 “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계속 비상상황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김부겸·전현희 동행
“정권교체 방해는 이적행위”
일부 친문 측에 불만 드러내
윤장현은 국민의당 행사 참석


이날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한 뒤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광주는 더민주가 총선에서 8석 중 1석도 얻지 못하고 국민의당에 완패한 곳이다.

호남 민심과 관련, 김 대표는 “몇 번의 호남 방문과 사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민주가 정권교체를 위해 무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호남의 마음과 함께 다시 시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곤 “총선 승리에 자만하고 안주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사정없이 죽비(절의 선방에서 졸지 말라고 등을 내리칠 때 쓰이는 대나무 회초리)를 내려쳐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일부 친노·친문 인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더 이상 계파싸움 하지 않고, 공허한 관념의 정체성에 흔들리지 않아야 수권정당, 대안정당이 될 수 있다”며 “경제에만 구조조정이 있는 게 아니라 정치에도 구조조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화를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이적행위”라고도 했다. 다만 김 대표는 “원내 1당이 됐으니 일단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며 “내년 대선까지 어떻게 하느냐는 다음 지도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음 지도부에 맡긴다는 의미가 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김 대표의 광주행에는 호남 출신인 진영·이춘석·이개호 의원(이상 비대위원) 등과 정세균 의원이 동행했다. 영남 출신 김부겸(대구 수성갑)·전현희(서울 강남을) 당선자도 합류했다. 김부겸 당선자는 “매년 5·18 즈음 광주를 찾았는데, 이번에 김 대표의 광주 방문 요청에 맞춰서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윤장현 광주시장 등과 만나 ▶삼성자동차 전기장치산업 유치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 등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광주 방문 뒤 정세균 의원은 “민심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싹을 봤다”고 말했다.

이날 더민주 소속 광주시의원 13명 전원이 김 대표와의 간담회에 불참했다. 조오섭 광주시의원은 “당이 아직 호남 참패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장현 시장도 당에서 김 대표의 기자간담회 참석까지 요청했으나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다. 윤 시장은 대신 국민의당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 당선자가 참여한 지역 의원 교례회에 참석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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