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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은 협상용, SLBM은 치명적”

중앙일보 2016.04.26 02:03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해 5월 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중에는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인 발기와 세심한 지도 속에 개발 완성된 우리 식의 전략잠수함탄도탄”이라는 대목이 있다. 앞장서서 새 일을 꾸민다는 뜻을 가진 ‘발기(發起)’란 표현은 SLBM에 대한 김정은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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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가들이 본 탄도미사일
ICBM, 고비용에 사전노출 우려
SLBM, 사정거리 짧지만 은밀

김정은, SLBM은 본인 성과로
ICBM은 김정일 치적으로 여겨

노동신문은 지난 23일에도 김정은이 SLBM 사출시험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25일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이 SLBM 발사시험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해부터 모두 세 차례다. SLBM 개발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김정은이 현장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내보낸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첨단무기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북한으로선 최소의 비용으로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는 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SLBM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김정은은 핵과 ICBM을 아버지인 김정일의 치적으로, SLBM은 본인의 성과로 삼는 듯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김정은이 직접 잠수함을 타고 추가 건조를 지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인 게 한 예”라고 설명했다. SLBM은 투자 대비 위협의 강도도 크다.

한국 해군의 초대 잠수함전단장을 지낸 김혁수 예비역 준장(제독)은 “아무리 조악한 잠수함이라도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발견하기가 어렵다”며 “그런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쏜다면 그 자체가 재앙”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바닷속으로 은밀하게 접근해 기습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쏜다는 것 자체가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SLBM은 미국이나 한국엔 치명적인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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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1만㎞ 이상의 ICBM은 대규모 발사장이 필요하고 발사에 많은 비용(정부 추산 5억 달러 안팎)이 들어가는 데다 사전에 발사 준비 과정이 노출될 우려도 있다.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 미사일 조립 공장을 만들고 발사대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도 사전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다. 설령 비밀리에 발사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미국 본토까지 한 시간가량의 비행시간 동안 해상이나 육상에서 요격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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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새누리 김정훈 "북한의 수중 미사일에 맞서 우리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해야"
③ “북 잠수함, 회항 포기한다면 2~3년 내 괌 공격 가능”

반면 SLBM의 경우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가 ICBM에 비해 짧지만 고도의 은밀성이 강점이다. 수심 10m 안팎에서 탄도미사일을 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 추가 발사를 막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군 당국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ICBM과 핵이 실제 사용하기 어려운 협상용인 반면에 SLBM은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지칭한다.

특히 지난 23일의 사출시험이 실패라는 군의 평가와 달리 북한의 SLBM 실전배치가 시간문제라는 주장이 늘고 있다. 김 예비역 준장은 “SLBM이 30㎞밖에 비행을 못했다고 하지만 수중 사출→공중 점화→비행이라는 3단계 사출시험엔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미국 연근해까지 왕복할 잠수함이 없는 북한으로선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 태평양 한가운데서 미국을 공격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바마 “북한 도발 심각”=독일을 방문 중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기자회견 중 “분명한 점은 북한이 끊임없이 도발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여러 실험에서 실패하지만 실험할 때마다 지식을 얻고 있어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국·일본과 미사일 방어 체계를 지속해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SLBM 발사 실험을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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