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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 비핵화 거의 불가능 … 현실적 대안은 핵 동결”

중앙일보 2016.04.26 01:37 종합 1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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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럼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창립 5주년 학술회의를 열었다. 백영철 이사장(가운데)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반도포럼은 북한과 동북아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 40여 명이 평화와 통일의 로드맵을 제시해 왔다. [사진 강정현 기자]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은 국제사회를 크게 자극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포함해 국제사회는 전례 없는 수준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토론
“제재만으로 북핵 고도화 못 막아
북한이 내건 조건 재검토할 필요”

“북, 자발적으로 핵 포기 안 해”
더 강력한 제재·압박론 주장도


이런 강도 높은 제재로 대화가 상실되고 북핵 문제가 지나치게 고도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는 한반도포럼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끝장 토론을 벌였다.

권만학(경희대 교수) 한반도포럼 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완성점을 향해 치닫는 현 상황에서 북한의 선(先) 비핵화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포문을 열었다. 권 회장은 “제재에 의존한 강압정책은 완전히 실패해 북핵이 고도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한·미가 선 핵폐기론에서 ‘선 고도화 방지 후 폐기’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북핵 능력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비핵화의 작은 진전이라도 확보하고 이를 동력으로 교류협력을 살려 상호 선순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의 고도화를 저지하는 방법으로 비핵화보다 핵 동결을 해야 한다는 대안이 쏟아졌다. 로버트 칼린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연구원은 “북핵이 고도화돼 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안은 핵 동결”이라고 주장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핵 동결을 위한 조건들을 무시만 하지 말고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대 교수는 “제재를 통한 흡수통일은 비현실적”이라며 “이미 핵무장한 북한을 한국이 정복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 스스로 핵에 대한 신뢰가 강해지면서 핵무장 동기도 강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려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의 대북제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북한이 핵·미사일에 대한 부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거나 이미 충분한 양을 국내외에서 확보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이란 제재보다 더 강력한 경제 봉쇄 수준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도 “북한은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핵을 포기시키려면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붙은 것은 평화협정 체결 문제였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평화체제 논의를 배제한 비핵화의 방법을 우리가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평화체제를 위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우리가 추구하는 북핵 문제 해결방안에 평화협정이 포함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이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는 아주 다른 이야기로 개념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돌파할 한국의 동력 부재를 우려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우리가 김정은 정권의 자기 판단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무리 지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페리 프로세스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코리아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글=서재준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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