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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씨뿌리고 정부가 물 준 체험농장, 고부가 농업 꿈 쑥쑥

중앙일보 2016.04.26 01:05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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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흥덕초 학생들이 22일 상하농원을 방문해 빵만들기를 하고 있다. 상하농원은 체험교실·농장·마켓 등을 갖춘 6차산업 실험 현장이다. [프리랜서 오종찬]


“밀가루 반죽이 물렁물렁한 찰흙처럼 촉감이 좋아요. 여기에 버터를 넣으니 미끌미끌하고 고소한 냄새까지 솔솔 풍겨 정말 맛있는 빵이 될 것 같아요.”

전북 고창 상하농원
매일유업·정부·고창군 370억 투입
2008년부터 준비해 지난주 개장

‘먹다·짓다·놀다’ 테마 9만여㎡ 농장
체험교실·공방·텃밭·마켓 등 갖춰


지난 22일 전북 고창군 상하면 용정리 ‘상하농원’. 호밀빵 체험교실에서 만난 흥덕초등학교 3학년 차민정(9)양은 “제과점에서 사다 먹기만 하던 빵을 직접 만들어 보니 재미있고 신기하다”며 부지런히 반죽을 주물렀다. 민정양은 이날 40여 명의 학교 친구들과 함께 2시간 동안 빵 만들기 체험을 했다. 먼저 밀가루에 소금·설탕·효모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들었다. 주변 목장의 풀밭에서 뛰노는 젖소들이 생산한 우유와 버터도 가미했다. 이렇게 만든 반죽은 오븐에 들어가 30~40분이 지나자 노릇노릇한 빵으로 변신했다. 아이들은 “냄새가 향긋하고 맛이 좋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만든 빵을 아빠·엄마에게 보여 드리겠다”며 가방 속에 챙겨 넣는 아이도 있었다.

어린이들은 호밀빵 체험 교실을 나온 뒤에는 바로 옆에 있는 동물농장으로 건너갔다. 태어난 지 3~4개월 된 아기 돼지를 쓰다듬고, 양·염소에게 먹이를 주고 젖소 우유짜기 체험도 했다. 천태은(9)군은 “아기돼지가 강아지보다도 더 귀엽다”며 “집에서 키울 수 있냐”고 물었다.

이날 개장식을 한 고창 상하농원은 농촌과 농업의 미래를 제시하는 선도 모델이다. 농업을 기존의 1차산업(농산물 생산) 구조에서 2차산업(가공)·3차산업(서비스·유통·관광)과 결합해 고부가 6차산업 비즈니스로 풀어내려는 실험 현장이다.

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지자체와 손잡고 만들었다. 2008년부터 준비를 시작했으니 8년이 걸렸다. 지금까지 총 370여 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매일유업이 270억원을 대고, 정부와 고창군이 50억원씩을 지원했다. 기업이 농업의 6차산업화 토대를 앞장서 만든 것은 상하농원이 처음이다.

농원은 8만9000여㎡ 규모다. ‘먹다, 짓다, 놀다’를 주제로 농민과 도시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지역 농산물을 가지고 식품을 만드는 공방과 체험교실·파머스마켓·레스토랑·동물 농장이 들어서 있다.

공방은 과일공방·발효공방·햄공방 등을 갖췄다. 과일 공방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쨈·청 등을 만들 수 있다. 체험교실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둘러앉아 밀크빵·아이스크림·소시지·치즈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농장 곳곳에는 농약을 쓰지 않고 키우는 토마토와 상추·오이·배추 등 채소를 키우는 텃밭도 있다.

파머스마켓에서는 농원 주변의 농민들이 생산한 쌀과 고구마·복분자·천일염·미숫가루 등을 계절별로 판매한다. 농원 안에서 방사해 키운 닭들이 낳은 유정란과 유기농 우유도 있다. 내년에는 30실 규모의 호텔과 스파시설도 열 예정이다.

상하농원은 일본 미에현 이가시의 모쿠모쿠 농장을 벤치마킹 했다. 모쿠모쿠는 1987년 소시지 판매로 시작해 아기돼지 경주·축사 견학 등 80여 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해 50여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6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농업 활성화’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박재범 대표는 “상하농원은 기업과 지자체·농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생의 프로젝트”라며 “안전한 먹거리와 다양한 즐길거리,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해 한국을 대표하는 6차산업 현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창 상하농원은 …                                        자료 : 고창군
♦ 위치 : 전북 고창군 상하면 용정리
♦ 규모 : 8만9000여㎡
♦ 사업비 : 총 370억원(매일유업 270억+국비·군비 100억)
♦ 주요 시설물 : 공방(햄·과일·빵·발효), 체험교실(밀크빵·아이스크림·소시지·치즈), 파머스마켓(로컬푸드 매장·전시장), 숙박시설(호텔·스파 내년 오픈 예정), 동물농장(아기돼지·양·염소·젖소)

고창=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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