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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치여 봉사 담쌓은 이들의 생각 바꾸고 싶었죠”

중앙일보 2016.04.26 00:45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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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가 지난해 말 저소득층 노인을 후원하기 위해 마련한 화이트 기부 파티 모습. [사진 KLC]


지난달 19일 서울시내의 한 카페. 신나는 음악 소리와 함께 200여 명의 남녀가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SNS 초대장을 받고 찾아온 젊은 회사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와인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고 한쪽 벽에서는 노인복지기관을 소개하는 영상이 계속 흘러나왔다. 저소득층 노인 후원을 위해 열린 ‘화이트데이 파티’였다. 이날 참가자들이 낸 입장료(1인당 3만원)와 사탕 판매 등을 통해 거둔 수익금 400만원은 모두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전달됐다. 어르신들이 단편영화제에 출품할 영화를 직접 제작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저소득 노인 돕는 비영리단체 KLC
사회 초년생, 벤처 창업가 8명 주축
‘자선 파티’ 열어 수익금 전액 기부
“젊은 회사원 영감 주는 활동도 계획”


‘화이트데이 파티’는 8명의 직장인이 모여 만든 KLC(Korean Legacy Committee·코리안 레거시 커미티)가 주최했다. KLC는 빈곤한 노인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다. 구성원 모두가 갓 입사했거나 벤처기업을 창업한 20~30대 젊은이들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 파티를 열어 기부금 750만원을 모았다.

처음 KLC의 아이디어를 낸 마이크 김(32)은 재미 교포 출신으로 재작년 말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 음식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 조부모로부터 한국에 가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도우라는 말을 항상 들었다”며 “한국의 많은 노인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걸 알게 돼 커미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 김은 주변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회사원들을 참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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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C 회원들은 지난 2일 파티 수익금 400만원을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전액 기부했다. 왼쪽부터 마크 테토, 마이크 김, 희유 스님(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이지나·고귀현씨. 기부금은 노인들의 영화제작에 사용된다. [사진 KLC]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마크 테토(36)도 합류했다. 테토는 “미국에선 젊은 회사원들도 자원봉사 같은 사회적 참여 활동에 지속적인 시간을 투자한다”며 “한국에 와보니 직장 동료들이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사회적 활동을 거의 안 한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들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 초년생이 대부분이다보니 기부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근무 외 시간을 쪼개 파티 장소와 공연팀을 직접 섭외하러 다녀야 했다. 기업을 찾아가 물품 지원 등을 요청했지만 선뜻 나서는 곳도 없었다. 기부 파티라는 문화가 익숙지 않은 탓에 참가자를 모으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파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보니 후원을 받는 것은 물론 기부금 수익도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파티에 온 사람들이 취지에 공감하게 되고, 입소문도 나면서 이제는 먼저 후원을 하겠다는 분들도 많아졌죠.”(고귀현, 소셜벤처 창업)

지난해 8월 첫 파티 때 50만원 정도였던 기부금 수익도 지난달 파티에선 400만원으로 늘었다. KLC는 앞으로 활동 영역을 더 넓힐 계획이다. 테토는 “조만간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어르신을 위한 김밥을 만드는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기부만 하는 게 아니라 젊은 회사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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