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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보잉, 이젠 AI-plane

중앙일보 2016.04.26 00:30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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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을 찾은 존 트레이시 보잉 최고기술책임자. 그는 “한국에는 장영실 같은 기술 혁신의 피가 흐르는 엔지니어가 많다”고 말했다. 대한항공·KAI 등 국내 협력업체의 기술수준을 높이 평가한 그는 김대식 KAIST 교수 등과 만나 공동 연구의 진척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세계 최대 항공업체 보잉에는 엔지니어 5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시애틀·세인트루이스를 비롯해 미국 각지 보잉 제조시설에서 항공기를 생산한다. 이들이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시간은 한해 1억 시간에 달한다. 존 트레이시는 이들을 이끄는 보잉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지난 21일 서울을 찾은 그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100년 기업 기술책임 트레이시 CTO
집에서부터 항공기 내릴 때까지
AI 시스템으로 승객 모시기 목표
경청·기술혁신·협력이 장수 비결
한국 업계와 긴밀 관계 유지할 것


트레이시 CTO는 올해 창업 100년을 맞이한 보잉의 장수 비결에 대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첫째,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둘째, 최고의 팀워크 및 파트너 업체와의 협력이 셋째 요인”이라고 말했다.

트레이시는 현재 1139대가 팔려나간 최신형 여객기 787 드림라이너를 예로 들며 이들 세 가지 요인을 설명했다. 787 드림라이너는 사상 처음으로 여객기 동체와 날개에 최경량 탄소복합소재를 50% 이상 사용했다. 트레이시는 “기존 알루미늄 비율을 낮춤으로써 연료 효율이 20%가량 높아지고 이 덕분에 창문 크기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 크기가 커지면 항공기 하중을 견디기 어렵지만 복합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이는 여행의 쾌적함으로 이어진다. 기내 통로 좌석에서도 넓은 창문을 통해 지평선을 구경할 수 있어서다. 전자식 차양 기술도 도입했다. 창문을 닫지 않고도 명암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빛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결과는 고객사의 의견을 끊임없이 듣고, 협력업체와 교류하는 기술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7년에 걸친 개발 과정 곳곳에서 처음 적용하는 기술 때문에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수많은 실패를 딛고 개발된 787 드림라이너는 현재 35개 항공사가 운항에 나서고 있다. 트레이시는 “대한항공에서도 10대를 구매했다”며 “빠르면 내년부터 운항에 나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도 한국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서다. 보잉은 35개에 달하는 국내 협력업체를 두고 있다. 트레이시는 “세계 각국의 2만 개 협력업체 가운데 해마다 선정하는 우수 협력사 10곳에 포함되는 건 낙타 바늘구멍 통과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빈번하게 톱 10 협력사로 선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시가 지난 20일 서울대를 방문해 공대생 150명에게 항공산업의 혁신을 주제로 강연한 것도 학생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한국의 기술 혁신 트렌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에는 오래 전부터 장영실 같은 과학적 마인드를 가진 엔지니어의 전통이 흐르고 있다”며 "이번 방문 중에도 김대식 교수를 비롯해 카이스트(KAIST) 교수 4명과 만나 공동 연구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중소형 여객기 시장에 뛰어든 데 대해선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잉의 R&D 투자는 매출액의 약 4%에 달한다”며 “중·일의 여객기는 소형이라 보잉과 직접 경쟁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보잉은 압도적인 기술 혁신으로 어떤 도전에도 최정상의 자리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이시는 “군수 부문에서도 기술 혁신이 거듭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는 경쟁사 록히드 마틴이 내놓은 F-35가 선정됐지만 기본 항공전력은 여전히 보잉이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주력 전투기인 F-15K 60대와 조기경보통제기 4대가 대표적이다. 다음달부터는 아파치 헬기 36대가 도입된다.

트레이시는 “보잉이 열어갈 미래 100년의 원동력 역시 혁신과 기술개발”이라고 밝혔다. 그는 “컴퓨터에 기반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항공기 역시 이제는 ‘날아다니는 컴퓨터(flying computer)’가 되고 있다”며 “787 한 대에 심어져 있는 컴퓨터 전산코드만 1700만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근 구글 알파고를 통해 주목을 받은 인공지능(AI)과의 융합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트레이시는 “앞으로 AI 기술을 항공기 제작에 결합시키면 승객이 집에서 출발해 항공기에서 내릴 때까지 승객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시스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이시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AI가 항공 산업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서 신규 엔지니어 취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보잉이 항상 1, 2위를 다투고 있다”며 “AI가 진화해도 R&D 비중이 높고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의 역할이 큰 항공 산업에선 앞으로도 계속 유능한 엔지니어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트레이시=보잉 최고기술책임자(CTO). 엔지니어링, 운영, 공급자 관리와 더불어 정보기술(IT), 시험 및 평가, 기술 평가, 지적재산 관리, 연구 및 기술·환경·건강·안전을 총괄 지휘한다.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따고 40년 가까이 보잉에서 근무했다.

◆보잉=1916년 창업한 미국의 항공 및 방위산업체. 시카고에 본사가, 회사를 창업한 곳인 시애틀과 세인트루이스에 공장이 있다. 군사·우주에 관한 사업을 하는 보잉 디펜스·우주·안보 부문, 그리고 민간 항공기를 제작하는 상용기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상용기 부문은 에어버스, 디펜스·우주·안보 부문은 록히드 마틴이 라이벌이다.

글=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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