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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직원들 목숨 걸고 갑질하던 기업인의 말로

중앙일보 2016.04.26 00:17 종합 3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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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스타인저
미 메릴랜드대 법대 교수

최근 미국 연방 지방법원은 ‘석탄왕’으로 유명한 도널드 블랭큰십 전 매시 에너지사(社) 대표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최악의 광산재난을 방치해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혐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구금됐고 벌금 25만 달러도 내야 했다. 이 판결은 놀라운 선례를 남겼다. 블랭큰십은 미국에서 산업안전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초의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죄질에 비해 감옥살이 1년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이는 안전기준을 어긴 기업을 규제하는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광산안전법은 최악의 형사범죄조차 단순 경범죄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블랭큰십이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그가 미국 역사상 40년 만의 가장 큰 광산 폭발사고를 사실상 조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5일 웨스트버지니아주 어퍼 빅브랜치 광산. 지하 300m 갱도에서 엄청나게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현장에 있던 광부 29명이 즉사했다. 사고 원인은 분명했다. 환기 시스템이 엉망이었고 폭발성 메탄가스가 축적된 가운데 가연성 높은 석탄 먼지가 날리는데도 스프링클러는 고장 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광부들에게 석탄을 채굴하라고 다그치는 건 살인행위나 다름없었다. 광업계 인사라면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어퍼 빅브랜치 광산의 경영주인 블랭큰십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작업환경을 무시한 채 광부들에게 채굴을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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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에 증인으로 불려나온 광부들은 매출에 눈이 멀어 안전을 내팽개친 블랭큰십의 악덕경영을 한목소리로 증언했다. 그는 광부들에게 30분마다 채굴 현황을 보고하라고 압박했다.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면 당장 해고하겠다고 현장 감독을 위협하기도 했다. 주 정부 당국이 어퍼 빅브랜치 광산의 안전기준 위반 사례를 적발해 벌금을 부과하면 블랭큰십은 어쩔 수 없는 사업 비용 정도로만 취급했다. 그는 적발당할 때마다 당국에 항의하면서 시정을 미뤘다.

폭발 9개월 전 광산의 안전 상태를 조사한 한 전직 광부는 “조만간 대가를 치를 것이다. 심각한 부상 혹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블랭큰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폭발 사고 전 두 달 동안 광산 내부에서 안전기준 위반 사례가 적발돼 광부들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진 것만 세 차례에 달한다. 그래도 블랭큰십은 채굴을 강행했다.

마침내 광산이 폭발하기 직전 경험 많은 광부들은 위험이 임박했음을 눈치챘다. 현장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만일을 대비해 “탄광을 계속 돌려라. 채굴을 막는 그 어떤 것도 허락하지 말라”는 블랭큰십의 지시 전문을 보관해뒀다.

이런 증거들을 바탕으로 블랭큰십의 유죄를 결정한 배심원단은 그에게 그렇게 가벼운 형량이 구형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블랭큰십이 훨씬 엄격한 벌을 받으리라고 확신했지만 결과는 달랐던 것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의 모든 경영인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블랭큰십이 본인에게 불리한 습관을 갖고 있던 건 사실이다. 직원들을 닦달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둔 것이다. 게다가 블랭큰십은 공권력을 무시하는 언행으로 업계에 악명이 자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뛰어난 변호인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웨스트버지니아주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광산업계의 대표자였다. 그런데도 블랭큰십은 자신의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역사회 출신 배심원들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어퍼 빅브랜치 광산에서 일어난 사고는 결코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주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석유 시추공 등 빅브랜치 광산과 유사한 작업 환경에 대해 실시해온 안전조사 결과를 보자. 오로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안전 관련 비용을 마구잡이로 줄이고, 정비를 소홀히 하는 고위 경영진의 행태에 모든 근로자와 현장 관리자들이 두려움을 품어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석유 시추공 등 광산 이외의 채굴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솜방망이 처벌로 악명 높은 광산안전법보다도 관대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극도로 태만한 관리자에게 내리는 처벌은 징역 6개월, 벌금 1만 달러가 최대치다. 이것도 직원이 숨졌을 경우에만 내려지는 처벌이다.

미국 기업들은 후진적인 산업안전보건법을 현대화하려는 노력에 대해 갖은 술수를 쓰며 저항해왔다. 1970년대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이후 등장한 기술들의 위험 요인을 규제하지 못해 구닥다리가 된 지 오래다.

미국 의회는 광산안전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속히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조직적 안전 위반 행위를 중죄로 못 박고 블랭큰십 같은 악덕 기업주에게 구형 가능한 형량을 늘려야 한다. 안전 위반 기업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지금처럼 부실하다면 직원들의 목숨을 걸고 채굴을 강행하는 악덕 기업주들은 블랭큰십에게 징역형이 내려졌어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레나 스타인저 미 메릴랜드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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