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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민간 경제전망 외면하는 기재부

중앙일보 2016.04.26 00:03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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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경제부문

19일 오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 3층에 있는 기재부 브리핑룸 연단에 앉았다. 취임 100일을 앞두고 연 간담회 자리였다. 한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2.8%로 하향 조정했는데 올해 경제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유 부총리의 대답은 간결했다. 사실 동문서답에 가까웠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미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을 했다.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 부총리는 40분 가까이 이어진 회견에서 경제전망과 관련해 3%나 2% 같은 숫자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방 리스크’란 모호한 표현만 반복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200여 명 국외 금융사, 투자자, 외신 기자를 앞에 두고 개최한 한국 경제 투자설명회에서 “올해 3.1% 성장률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유 부총리가 3.1% 성장을 자신하며 투자설명회를 하던 12일 IMF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3.2%에서 2.7%로 0.5%포인트 낮춰 잡았다. 한은은 유 부총리가 취임 100일 간담회를 하던 19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내렸다.

기재부는 경제전망 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기관의 전망 결과를 모아서 분석해 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경제전망 기관인 한은과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경제 예측치를 내는 IMF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한은이나 IMF나 낙관적으로 전망해 오차를 많이 내기로 유명한 기관이다. 경제 전망은 틀리기 위해서 하는 거라지만 최근 5년 만 봐도 정도는 꽤 심하다.

IMF는 지난해(이하 4월 발표 수치 기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3%, 한은은 3.1%로 전망했다. 실제 성장률은 2.6%로 IMF·한은의 예상에 한참 못 미쳤다. 2014년도 마찬가지였다. IMF는 그해 경제성장률을 3.7%, 한은은 4.0%로 내다봤지만 실제 수치는 3.3%에 그쳤다. 2013년에만 예상(IMF 2.8%, 한은 2.6%)보다 소폭 높은 2.9% 성장 실적이 나왔을 뿐이다. 2012년은 두 기관 모두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5%로 내다봤다. 결과는 2.3%로 오차는 1.2%포인트에 달했다.

낙관적 전망을 하기로 유명한 두 기관이 나란히 ‘올해 3% 성장은 어렵다’고 공식화했다. 기재부는 3%대 성장률을 기준으로 올해 나라 가계부를 짜고 경제정책을 세웠다. 100일 간담회에서 경제성장 전망치를 고쳐 발표하는 대신 ‘침묵’과 ‘회피’를 선택한 유 부총리의 대응이 불안한 이유다.

조현숙 경제부문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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