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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플라스틱병→옷감, 차 에어백→가방…아이디어 반짝반짝

중앙일보 2016.04.26 00:03 라이프트렌드 2면 지면보기
자동차 에어백으로 만든 가방, 폐타이어를 소재로 한 신발, 폐목재로 만든 휴대전화 케이스…. ‘이것도 재활용할 수 있어?’ 하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쓸모없어진 물건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입혀져 기존보다 더 새것 같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패션·생활용품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버려진 차고지와 컨테이너 박스가 쇼핑몰로 탈바꿈했다. 문 닫은 당구장은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공간

| 폐타이어 재가공한 신발
| 버려진 천 활용한 가구
| 컨테이너 조립한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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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트를 재활용한 서울 자양동 래코드의 여성 점퍼.

| 패션
페트병으로 재킷·가방


패션 분야에서 유행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상품을 직접 기획·제조·유통하는 SPA브랜드가 제조원가를 낮춰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만들어 주 단위로 상품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옷값이 싸다 보니 한 철 입고 버리기 일쑤다. 지나친 소비를 유도해 ‘패션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을 보호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제안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는 이유다. ‘H&M’은 이달 선보인 ‘컨셔스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에서 재활용 소재로 만든 의류와 소품을 내놨다. 재생 유리로 만든 구슬 장식을 한 웨딩드레스, 페트병에서 뽑은 재생 폴리에스테르 실로 만든 재킷과 가방, 청바지를 재활용해 생산한 데니마이트로 만든 귀걸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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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유리 등으로 만든 H&M의 드레스.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플라스틱병, 헌옷을 모아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만든다. 생산 후 버린 원단, 방적공장에서 모은 원사 등으로 나일론 원단을 만든다. 병을 녹여 실을 뽑고 버려진 옷감과 의류를 재활용해 다시 실을 뽑는 방식이다. 재활용 원단에 방풍·방수 등 특수 처리를 더해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를 내놓고 있다.

금강제화의 캐주얼 브랜드 ‘랜드로바’는 최근 업사이클링 신발을 출시했다. 합성고무 대신 폐타이어를 활용해 신발 밑창을 만들었다. 신발 포장 박스에도 업사이클링이 적용됐다. 폐지를 재활용해 만든 ‘크라프트지’로 박스를 만들었다.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코팅 같은 2차 가공을 하지 않아 재생지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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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창을 폐타이어로 만든 랜드로바의 신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2년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를 론칭했다. 3년 된 재고 상품을 모아 수작업으로 다시 디자인한다. 군에서 사용했던 낙하산과 군용 텐트, 군복 등으로 만든 밀리터리 라인과 산업 소재를 활용한 인더스트리얼 라인 등도 선보인다. 올해는 독립 디자이너 잡화 브랜드인 ‘블랭코브’ ‘하이드아웃’과 협업해 자동차 에어백으로 만든 가방을 내놨다. 코오롱FnC 부문 한경애 상무는 “새 제품이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채 브랜드 관리를 위해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 생활용품
폐목재로 모바일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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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재로 만든 에티크의 태블릿 PC 거치대.

리빙 분야에서도 업사이클링이 활발하다. 재활용하는 소재와 새롭게 만들어지는 제품군도 다양하다. 쓸모없어진 물건을 모아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소량·한정 생산이 대부분이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환경을 보호한다는 가치까지 더해져 깐깐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친환경 업사이클링 브랜드 ‘에티크’는 인도네시아의 폐가에서 수집한 티크 목재로 모바일 액세서리를 선보인다. 아이폰 전용 케이스, 충전기 연결이 가능한 거치대, 태블릿 PC를 놓을 수 있는 스탠드 등이다. 뒤틀림이 적고 습기에 강한 티크 목재로 만들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나무마다 다른 무늬와 결이 멋스럽다. 제품을 구입하면 환경보호단체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나무가 심어진다. 심는 나무에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구매 제품에도 동일한 번호가 새겨진다. 에티크 홈페이지나 구글 어스 등에 이 번호를 입력하면 나무가 심어진 위치와 마을, 관리하는 농부의 이름까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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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아티스트 패브리커가 버려진 천을 덧대 만든 의자.

김동규·김성조 두 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패브리커’는 침구·의류 제작 과정에서 버려진 천과 가구 등을 활용해 가구를 만든다. 천 위에 천을 쌓아올리면서 약품을 결합해 단단하고 두꺼운 층을 만든 뒤 그 층을 깎고 다듬으면 독특한 가구가 완성된다. 가구로 쓰기엔 질이 좋지 않은 목재를 모아 약품으로 붙여 탁자를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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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리스가 자전거 부품으로 제작한 시계.

업사이클링 업체 ‘리브리스’는 폐자전거를 분해해 얻은 각종 부품으로 시계·조명·팔찌·병따개·연필꽂이 같은 다양한 소품을 만든다. 체인링으로 탁상시계와 벽시계를, 자전거 뒷바퀴를 굴리는 스프로킷을 활용해 탁상 조명을 만드는 식이다. 버려진 자전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 공간
폐업한 당구장이 갤러리

낡고 오래돼 제 기능을 잃고 방치된 곳이 과거 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재단장되고 있다.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닌 업사이클링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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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당구장을 갤러리로 꾸민 서울 한남동 ‘구슬모아 당구장’.

대림미술관은 서울 한남동 골목에서 폐업한 당구장을 개조해 실험적인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당구장이 갤러리로 꾸며졌다. 갤러리 이름은 당구장의 상호를 그대로 살린 ‘구슬모아 당구장’. 초록·빨강·파랑 당구공 세 개가 이 갤러리를 상징하는 로고다. 당구 테이블도 그대로 뒀다. 테이블에 예술가의 작품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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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차고지에 들어선 컨테이너몰.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역 인근에 방치된 택시 차고지엔 이색 쇼핑몰이 들어섰다. 지난해 문을 연 컨테이너 박스로 조립된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몰인 ‘커먼 그라운드’다. 이곳엔 패션 브랜드와 식음료, 생활문화숍 등이 둥지를 틀었다. 쇼핑을 비롯해 공연과 전시도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컨테이너 200개를 붙이거나 쌓아올려 만든 이 쇼핑몰은 8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그 뒤 컨테이너 박스를 해체해 다른 곳에서 재활용할 예정이다.

폐공장에 들어선 카페도 눈길을 끈다. 서울 합정동 당인리발전소 부근에 문을 연 ‘앤트러사이트’ 카페는 1970~80년대엔 신발 공장이었다. 제주도 한림읍엔 이 카페의 분점도 생겼다. 50년대 지어진 전분 공장을 개조했다. 공장의 철문과 녹슨 기계 등 공장의 과거 흔적이 남아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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