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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자전거 버리면 돈 들죠…멋진 시계로 바꾸니 오히려 돈 들어오네요

중앙일보 2016.04.26 00:03 라이프트렌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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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업체 터치포굿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현수막·양말·자동차 시트 등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쓸모없는 물건을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진화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의 진화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을 넘어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멋과 실용성도 갖췄다. 패션·인테리어·사무용품까지 분야도 다양해졌다. 독특한 창의성과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적용된 데다 한정판이라는 특성 때문에 제품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나만의 명품 업사이클링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인테리어·가구 분야까지 확산
| 다양한 소재, 개성 넘치는 디자인
| 실용성 갖춘 제품 속속 선봬

지난 22일 오전 서울 대흥동의 한 상가건물 2층. 20~30대 여성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각자의 손에는 지하철 광고판, 헌 양말, 작은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병은 반짝이는 캐릭터 스노볼, 지하철 광고판은 카드 지갑과 저금통, 헌 양말은 손목 받침 대용 인형으로 변했다. 쓰레기 수거함으로 가야 할 볼품없는 재료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업사이클링 기업인 ‘터치포굿’에서는 이런 제품을 생산한다.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탄생한 상품은 한 개당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같은 재료라도 디자인과 무늬가 달라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으로서 가치가 높다.

세상에 하나뿐인 상품 탄생

터치포굿은 2008년부터 버려진 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광고판이나 타이어 등 다양한 소재로 가방·파우치 같은 패션 소품과 생활용품으로 종류를 넓혀가고 있다. 북극여우 모양을 새긴 담요와 다이어리 표지도 만든다. 페트병에서 재활용 원사를 뽑아 사용했다. 대학과 기업에서 나온 이면지로 포스트잇도 제작한다. 지난해 서울대 교수와 학생이 모은 이면지로 ‘딱 붙었던 선배들의 포스트잇’을 만들었는데 수능을 앞두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다음달 재생 폴리염화비닐(PVC)과 플라스틱으로 필통과 줄넘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 2~3개에 불과했던 상품이 8년 만에 50여 개로 늘었다. 김태연(33) 디자인팀장은 “업사이클링이 단순히 자원을 재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더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장 규모 150억원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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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기업 람펠의 도민환 디자이너가 헌책 등으로 만든 조명기구.

예전엔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하면 대부분 버려진 옷이나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이나 예술작품이었다. 디자인이나 실용성보다 환경을 생각해 자원을 재활용하자는 목적이 강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테리어, 교육 프로그램, 건축 자재까지 적용 분야와 디자인이 다양해졌다. 종류도 옷·신발·가방은 물론 지갑·열쇠고리·귀걸이·목걸이·반지 같은 액세서리,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까지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자전거 톱니바퀴로 시계를 만드는 ‘리브리스’, 가죽이나 원단 등 버려진 섬유로 지갑·카드 케이스 같은 소품을 제작하는 ‘리블랭크’, 해변에서 바다유리를 수거해 공예품을 만드는 ‘바다보석’ 등 많은 기업이 독특한 디자인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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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목동점 전시장에 진열된 업사이클링 제품.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패션 브랜드 래코드와 론칭해 다 쓴 원단이나 팔리지 않는 의류로 상품을 만들어 판다. 박람회에서도 업사이클링 열풍이 불고 있다. 올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키덜트&하비 엑스포 2016’에선 각종 폐품으로 피규어와 만화 캐릭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열린 ‘2016 제6회 DIY 리폼 박람회’에선 종이박스로 만든 가구를 비롯해 주스팩 가방, 캔뚜껑 브로치 등 다양한 재료들이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결합해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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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버린 트럭 덮개 천과 폐자동차 안전벨트로 만든 스위스 프라이탁 가방.

업사이클링은 선진국에선 보편화돼 있다. 1993년 창업한 스위스 프라이탁이 비 오는 날 트럭에 씌운 방수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방수가방은 현재 스위스 국민 80%가 넘게 사용할 정도로 ‘국민가방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가방은 매년 40만 개 이상을 수출해 500억원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인다. 군에서 버린 옷감으로 가방을 만드는 핀란드 ‘글리배호프’, 버려진 티셔츠에서 뽑아낸 실로 양말을 만드는 미국의 ‘솔메이트삭스’, 폐타이어로 신발을 제작하는 인도네시아 ‘인도솔’ 등 250여 개 브랜드가 있다.

정부·지자체도 붐 조성 나서

우리나라 업사이클링 산업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2007년 일부 디자이너 사이에서 시작된 업사이클링은 2013년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가 생기면서 본격적인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업체 수는 2007년 5곳에서 2014년 40여 곳, 2015년 100여 곳으로 크게 늘었다. 시장 규모도 2007년 5억원에서 2014년 40억원, 2015년 1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초기엔 소수의 환경운동가가 중심이 돼 제품을 만들었다면 요즘 소재를 가공할 줄 아는 전문 디자이너들이 제품의 질을 높이고 있다. 처음엔 버려진 종이나 천 등 10여 개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군용 낙하산, 타이어, 포장재, 견과류 껍질까지 활용 가능한 소재만 200여 개에 달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업사이클링 붐 조성에 나섰다. 환경부는 서울과 경기·인천·대구 등에 거점 업사이클링 종합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SBA)은 지난달 업사이클링 업체를 1000개까지 확대해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환경이 열악한 데다 미래 친환경 산업 육성 측면에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BA는 지난해 업사이클러 30명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에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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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코엑스에서 열린 ‘2016 DIY 리폼 박람회’에 마련된 업사이클링 전시장.

서울시는 내년까지 서울 용답동에 업사이클 타운인 서울재사용플라자를 조성한다. 신생 업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성격의 공간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수준 높은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고 시민 대상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중고 물품을 새 상품으로 만드는 재활용 작업장도 만든다. 폐자재 특성을 알 수 있는 소재 은행과 재활용 전시실도 생긴다.

업사이클링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원도 중요하지만 수준 높은 디자인과 실용성, 가격이 관건이다. 가내 수공업 방식이어서 인건비가 높고 제작 시간이 길다는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박미현(32) 회장은 “업사이클링 생태계가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공동 생산시설 같은 인프라와 유통 전문가, 소재 가공 전문가 등 인적 인프라가 함께 조성돼야 하고 소비자도 소재에 대한 거부감보다 재미있고 세련된 상품이라고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사이클링 업그레이드 (Upgrade)와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 버려지는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수준의 재활용을 넘어 재료에서 원단을 추출하거나 분해하는 등 재가공 과정을 거치고 디자인을 입혀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글=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박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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