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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 넓히는 핀테크] 동전, 아웃

중앙일보 2016.04.26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26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금속화폐(동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국내에서도 동전없는 거래를 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한은 ‘동전 없는 거래’ 연말 시작
거스름돈 대신 카드·계좌로 송금
현금 없는 사회 한발짝 다가와

박이락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25일 “동전 발행과 관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아끼고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동전 없는 사회’의 가능성을 연구 중”이라며 “공동 연구그룹을 구성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은 금융결제국 직원들과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이동통신사, 선불 교통카드 발행업체, 대학 교수들은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를 위한 워킹 그룹을 발족했다.

한은 김정혁 전자금융팀장은 “7월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범 모델을 확정짓기로 했다”며 “연내 시범 모델에 대한 테스트를 거친 뒤 시범 운영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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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은 내부에서 유력하게 검토중인 방안은 지폐를 내고 남은 잔돈이 있을 경우, 교통카드 잔액으로 충전을 받거나 본인의 계좌로 바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편의점이나 마트는 물론 약국이나 커피숍 등 잔돈이 많이 생기는 상점에 단말기가 설치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4500원짜리 감기약을 사고 5000원짜리를 지폐를 냈다면 나머지 500원은 거스름돈으로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교통카드 잔액으로 충전하는 방식이다. 김 팀장은 “이 단계가 자리 잡으면 잔돈을 돌려받는 대신 쇼핑몰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으로 적립해 사용하는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동전 없는 사회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동전을 사용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 때문이다. 동전의 경우 소액이다 보니 분실할 경우에도 잘 찾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한은 관계자는 “지폐의 환수율은 60% 이상인데 비해, 동전의 환수율은 10%대에 불과해 해마다 신규 발행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부피가 크다 보니 이를 거래하는 금융회사와 상점 등에서도 동전을 보관하고 유통하는데 비용이 든다. 고객 역시 무거운 동전을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잔돈을 쉽게 다른 결제 수단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들이 굳이 동전을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다만 모든 것이 전산화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개인 정보 유출 등에 대한 보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전 없는 사회가 실현되면 궁극적으로는 현금없는 사회가 올 수도 있다. 실제 한은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국내 현금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지갑 속에 보유한 현금은 7만 4000원으로 전년대비 3000원이 줄었다. 지급 수단별로는 신용카드 이용 비중(39.7%)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 현금 사용 비중(36%)을 추월했다. 한해 전만 해도 결제시 현금을 쓰는 경우(38.9%)가 신용카드(31.4%)를 쓰는 경우 보다 더 많았다. 여기에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4년 4분기 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7조40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2007년부터 대도시에서 버스 요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의 유로존 국가에선 탈세와 자금 세탁 등 범죄에 현금이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금 지불 상한 금액을 설정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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