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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 함께 배달했더니…연 매출 2억~3억원 가뿐

중앙일보 2016.04.26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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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매출을 올리는 야쿠르트 아줌마 3인방 한순옥·김은하·김희정씨(왼쪽부터). [프리랜서 공정식]


한순옥(45)·김은하(39)·김희정(43)씨는 전국 1만30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 가운데 매출 톱3다. 경력 8~9년차인 이들은 연 2억~3억원대 매출을 올린다. 야쿠르트 아줌마 1인당 월 평균 매출은 700만원대다. 이들이 관리하는 고정 고객 수 역시 500~600명으로, 평균 170명인 일반 아줌마의 3배 수준이다. 이들 3인방이 맡은 지역이 남들보다 크거나 주변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마케팅 달인’ 빅3 야쿠르트 아줌마
고객 식습관 꿰뚫고 심부름도 해줘
시골 어르신에겐 빨대 꽂아 서비스
한식구처럼 지내며 중매까지 나서


김희정씨의 ‘지역구’인 포항 죽도시장은 주말이 대목이다. 토요일엔 야쿠르트 200병이 든 20kg짜리 박스 6개를 싣고도 모자라 카트 주변에 야쿠르트 봉지를 주렁주렁 매달고 출근한다. 그런데도 제품이 떨어져 오후에 영업점에 들러 다시 채워나가기 일쑤다. 영업비결은 8년 간 매일 쓴 고객일지다. 수금 내역은 물론 고객이 마신 음료 종류, 평소 식습관 등을 빼곡히 적은 노트만 10권에 달한다. 김씨는 “물 한병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시대에 단순히 음료를 배달하기만 했다면 야쿠르트 아줌마는 사라졌을 것”이라며 “고객과 소통하며 정을 나누는 건 알파고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수원 영통구 공장 일대는 김은하씨가 꽉 잡고 있다. 김씨는 “매일같이 고객을 만나다 보니 한 눈에 컨디션을 파악해 음료를 골라준다”고 설명했다.

전날 과음한 직원에겐 평소 배달하던 야채주스 대신 숙취해소에 좋은 음료를 건네는 식이다. 손님을 위해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씨는 “담배·스타킹처럼 필요한 물건을 대신 사주는 일은 예사”라며 “말단 직원부터 사장님까지 모두 알고 지내다 보니 일자리 소개는 물론 중매도 여러번 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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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부점 소속인 한순옥씨는 음료를 용달 트럭에 가득 싣고 매일 100㎞씩 운전한다. 한씨는 “공장이 띄엄띄엄 있다 보니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고객을 만난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해 연매출 3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최대치다. 한씨는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통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품 관련 강의를 수십번 반복해서 본다. 그는 “내가 먼저 제품을 잘 알아야 고객에게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다”며 “3개월 단위로 신제품이 나오는데 게을리했다간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야쿠르트 아줌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앱에서 바로 결제는 물론 청구서 발행부터 수금까지 가능해졌다. 하지만 한순옥씨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여전히 시골 어르신들에겐 우리가 직접 빨대를 꽂아드리는 야쿠르트 한 잔이 최고”라며 “우리 아줌마들이 기술을 이용하되 점령당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탄생한 1971년부터 지금까지 이들은 ‘배달한다’ 대신 ‘전달한다’고 말한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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