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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서 매월 30만~200만원 …‘월급쟁이 농민’ 확산

중앙일보 2016.04.25 01:34 종합 10면 지면보기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서 벼농사(6만6000㎡)를 짓는 김근영(48)씨는 통장에 매월 100만원씩의 월급이 들어온다. 대다수 농민들이 추수 이후에야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돈이 궁한 농번기에도 생활비와 영농자금 마련이 한층 수월하다. 김씨는 2013년부터 ‘농업인 월급’을 받고 있다. 이 월급은 매년 1~10월 지역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1년치 수매대금을 미리 나눠 받는 돈이다. 김씨는 “봄철 영농기에 비료구매 대금이나 생활비, 자녀 학비 마련을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 만큼 자금 융통이 쉽지 않았다”며 “월급을 받으니 계획적으로 가계·영농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자체, 농협 연계 1~10월 선지급
이자 없이 수확기에 되갚는 제도
“어차피 갚을 돈 … 안전장치 필요”

가을철까지 소득이 없는 농민이 도시 월급쟁이처럼 매월 돈을 지급받는 월급제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농협 등에 책정된 계약 수매대금을 연중으로 나눠 미리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결국 되갚아야 할 돈이지만 실제 돈이 필요할 시기에 농가들이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3년 화성시를 시작으로 전남 나주시·순천시·곡성군, 전북 임실군 등이 시행 중이다. 올해엔 경기도 여주시와 충북 청주시가 ‘농민월급제’를 도입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농협 등과 연계해 30만~200만원의 월급을 1~10월 농가에 지급한다. 농민들은 받은 월급 총액에 이자를 보태지 않고 수확기인 10월께 갚으면 된다. 이자는 농협이나 지자체가 부담한다. 재배 작물도 벼뿐만 아니라 배와 감자·무·대파 농가까지로 농업인 월급제 대상 농가가 확대되고 있다.

월급제를 최초로 도입한 화성시의 경우 신청 농가가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36명(3억6000만원)에서 2014년 66명(6억원), 2015년 104명(13억원), 올해는 153명(19억원)이 신청했다. 전남 나주에서도 월급제를 신청하는 농민이 늘고 있다. 나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이 162명에서 올해 689명으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나주시는 올해부터 지급 시기를 4월에서 3월로 앞당겼다. 월급 한도를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올렸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농가 소득은 가을에 집중돼 농민들이 정작 생활비가 많이 필요한 농번기에 돈이 없어 대출을 받기도 했다”며 “월급제를 활용하면 안정된 소득으로 계획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경우 가장 바쁜 3~4월에 신청하도록 해 신청 시기를 놓친 농민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신청 기간을 이달 30일에서 다음달 20일까지 연장했다. 손용석 농협창녕교육원 교수는 “비록 선급금 형태지만 농업인 월급제를 통해 농민도 정기적인 소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흉작이나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비한 농업재해보상보험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화성·나주=최종권·임명수·김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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