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 산증인, 김은영 박사
-KIST 창립 멤버로 원장까지 하셨다. 그간의 일을 말씀해 달라.“쓴소리 좀 하겠다. 원장 임기가 3년인데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면 원장도 교체되는 폐단이 이어졌다. 원장이 바뀌면 ‘전임 원장에게 혜택 받은 사람들은 나한테 물 좀 먹어봐라’ 하는 문화가 있었다. 이런 것 때문에 연구원이 아주 괴로웠다. 그 시작이 전두환 정권이었다. 박정희 정권에서 재미 봤다고 여긴 사람들을 다 까부쉈다. 초대 원장을 지낸 최형섭 장관의 경우 정권에서 최 장관의 고향 진주까지 찾아가서 비리를 캐려고 야단이었다. KIST를 죽이려고 KAIS(한국과학원·이공계 육성 위한 대학원대학)와 합쳐 KAIST로 만든 뒤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원장에 앉히기도 했다. 대학교수는 장관·총장 바뀐다고 해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유능한 사람은 10년 넘게 조직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래야 정권과 장관에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연구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다.”
-국책연구원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많다.“대학은 기초연구, 기업은 돈 버는 연구, 출연기관은 돈은 못 벌어도 10~20년 후 대두될 미래·공공기술 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금 한국은 프로젝트 하나를 두고 기업체와 출연연·대학이 경쟁을 벌이는 풍토가 돼버렸다. 그러다 보니 서로 협조가 안 되고 헐뜯기만 한다.”
-과학자 대우도 예전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한다.“KIST 원장을 지낸 내가 국민연금 60만원 받는다. 내 동기 대학교수는 연금을 450만원 받는다. 상대가 안 된다. 정년도 힘 없는 과학자들만 61세로 줄였다. 출연연 연구원들의 위상을 대학교수 수준엔 맞춰줘야 한다. 내 주변의 뛰어난 과학자 한 명이 대학과 출연연 사이에 고민하다가 대전에 있는 일반 대학으로 가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