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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4호선 구간 20%는 큰 지진 나면 ‘와르르’

중앙선데이 2016.04.24 01:24 476호 7면 지면보기

일본 구마모토와 남미 에콰도르에서 잇따라 강진이 발생했다. 18일 오전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지진연구센터 지진종합상황실에서 연구원들이 이들 지진의 지진파를 분석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일본과 에콰도르…. 태평양을 둘러싼 ‘불의 고리’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진 피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도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지진 대비 실태는 어떨까.


[긴급점검] 지진 대비 충분한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에는 현재 560개소의 내진 설계 대상 도로시설물이 있다. 하지만 103개소(18.4%)는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보강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교량·고가도로 같은 지상 구조물 362곳 중 95곳, 지하도·터널 등 지중 구조물 198곳 중에는 8곳이 지진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 경부고속도로가 양재천을 지나는 양재천교와 강변북로와 중랑천이 만나는 두모교 등 일부 교량은 현재 내진 보강공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 도로시설과 관계자는 “규모가 큰 시설이나 주요 노선상에 위치한 시설물의 보강공사를 우선 실시하고 있고, 한강을 지나는 교량에 대해서는 내진 보강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서울·부산 대도시일수록 내진율 낮아땅속 지하철 역시 불안하다. 건설공사가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뤄진 지하철 5~9호선은 내진 설계가 돼 지진 걱정이 없다. 하지만 1970~80년대에 건설된 1~4호선은 아직도 미흡하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전체 146.8㎞ 중 내진 기능 보강이 필요한 구간은 2013년 말 기준으로 53.2㎞였다. 이 중 2014~2015년 사이에 보강 작업에 들어간 곳은 23.3㎞(43.8%)로 집계됐다. 아직은 1~4호선 전체 구간의 20%는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서울메트로 측은 2014년부터 올 연말까지 1254억원의 예산을 내진 보강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강공사를 완료하려면 앞으로도 15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서울시내 민간 건축물도 내진 설계 반영률이 26.2%에 불과하다. 올 1월 말 현재 내진 대상 민간 건축물 28만7430동 가운데 7만5192동만 내진 설계가 돼 있다. 특히 전국 시·도별 내진율을 보면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대도시일수록 낮아 30%를 밑돌고 있다. 새로 건설된 세종시만 50%를 유일하게 웃돌고 있다.



내진 설계 관련업체인 유노빅스이엔씨㈜의 최재성 기술연구소장은 “일반적으로 내진 설계라고 하면 건물만 생각하는데 지진 재난 상황에서도 기능이 유지돼야 할 경찰·소방서·기상청·언론사 등은 건물 내부의 전력·통신·상하수도·가스 시설과 소방시스템의 내진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산단층 인근 원전 안전성 논란도일본 구마모토(態本) 지진이 발생한 지난 16일 부산·울산과 경남, 대구·경북 등지를 중심으로 소방 당국에 3900여 건의 지진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 고리와 경주 등에 설치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영덕~경주~양산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고 단층과 가까운 원전의 지진 대비가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신고리 3·4호기만 내진 설계 0.3g(g는 중력가속도)로 규모 6.9 지진을 견딜 수 있고, 나머지 부산·경주에 설치된 14기는 내진 설계 0.2g로 규모 6.5 지진까지만 견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영덕~경주~양산으로 이어진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기 때문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내진 설계 상향조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 종합안전평가부 김민규 책임연구원은 “안전성 강화도 좋지만 비용도 생각해야 하는데, 비용과 안전 사이에서 적절한 포인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본만큼 강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활성단층으로 분류하는 기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통 지질학적으로는 신생대 제4기(258만8000년 전부터 현재까지)에 단층운동이 발생한 단층을 말한다. 하지만 이처럼 장기간 움직인 단층을 모두 활성단층으로 간주해 주변에 원전을 건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원전 건설과 관련해 12만5000년 이내에 움직인 것, 혹은 3만~5만 년 이내에 움직인 것을 활성단층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신진수 박사는 “현재 국내 활성단층 연구는 단층선을 따라 연결해 구조나 연장성을 연구하지 못하고 점과 점만 연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육상 조사도 미흡하지만 해양의 활성단층 조사는 걸음마 수준이다. 2013년 서해에서 지진이 빈발하자 부랴부랴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남해와 서해 해저의 활성단층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육상보다 탐사를 진행하기가 어렵고 예산·인력도 넉넉하지 않아 전체 조사를 다 마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10초 이내에 지진 경보하는 게 목표지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진 조기경보 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지진 발생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경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진 발생 여부를 최대한 빨리 시민들에게 알려 시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유도해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해 1월부터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50초 이내에 지진 발생 위치와 규모를 분석해 각 언론사와 방재기관에 전달하는 지진 조기경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기상청은 2020년까지 이를 10초 이내로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진파는 초당 3㎞ 속도로 이동하는데 지진 발생 지점으로부터 50㎞ 이상 떨어져 있고 발생 10초 이내에 지진 조기경보를 듣는다면 5초 이상의 대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은 “현재 국내에는 기상청이 운영하는 145곳과 다른 기관이 운영하는 50곳 등 195곳의 지진관측소가 있고 2020년까지 314곳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관측소가 촘촘해지면 지진 조기경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선창국 책임연구원은 “고베 대지진 사례처럼 도심 직하형 지진은 조기경보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진 설계를 강화하고 통합지진재해 대응시스템을 국내 실정에 맞게 꾸준히 개선해나가는 등 다양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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