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 유리명왕 21년의 기록이다. 서기 2년에 해당하는 이 기록이 한민족 역사서 중 가장 오래된 지진 기록이다.
2000년 역사 속 지진 1800회, 6.7 강진도 아홉 차례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이 느껴진 지역 범위도 자세하게 서술돼 있다. 세종 12년인 1430년 5월 9일에는 지진이 관측된 경상도와 전라도 100여 곳 지명을 빼곡히 서술해 놓아 진앙이 경남 함양 부근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세종 12년에는 1년 동안 10차례의 지진이 기록돼 있다. 국내에서 체계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연간 유감(有感)지진, 즉 사람이 느끼는 지진 횟수가 연평균 7.1회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얼마나 지진을 열심히 기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진학자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역사서를 뒤져 1800여 차례 지진 기록을 찾아냈다.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과 경재복 교수는 “과거 왕조시대에는 자연재해 발생이 왕의 통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세하게 기록했다”며 “진도나 감진 면적, 즉 지진이 감지된 면적으로부터 지진의 규모를 추정하는 계산식이 개발돼 있다”고 말했다. 경 교수는 “국내 역사적 지진 가운데 강진은 보통 규모 6.0~7.0 사이로 추정되는데 가장 큰 지진은 6.5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경주·강릉·함흥 등지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모두 9차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8년 10월 지진으로 벽·바닥 곳곳에 금이 간 충남 홍주중학교 과학실의 모습. [중앙포토]
1978년 10월 7일 충남 홍성읍에서는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해 2명이 다치고 가옥 2800여 채에 균열이 생기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본격적인 지진 관측활동에 나선 것도 이 홍성 지진이 계기가 됐다. 근래에 육지에서 큰 지진이 발생한 것은 2007년 1월 강원도 평창에서 발생한 것으로 규모 4.8이었다.
2013년에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모두 93회나 발생해 연평균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 중 전남 흑산도 해역과 인천 백령도 해역에서 각각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서해에서 발생한 것만 52회를 차지했다. 2014년 4월엔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해 서울에서도 시민들이 진동을 느꼈다.
이기화 교수는 “한반도는 판구조론의 견지에서 보면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있는데 판 내부는 경계지역보다 지진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해 오히려 지진 발생 지점을 예상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