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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의 전쟁 시작 … 우유·포도주 마음 놓고 먹다

중앙선데이 2016.04.24 01:06 476호 22면 지면보기

연구실에서 미생물 실험에 몰두중인 파스퇴르의 모습. 핀란드 화가 알베르트 에델펠트의 1885년작.



루이 파스퇴르(1822~1895)는 미생물학의 건설자다. 파스퇴르라는 이름을 빼고 미생물학을 말할 수 없다. 프랑스 출신의 미생물학자이자 화학자로서 백신, 미생물 발효, 저온살균법으로 미생물학의 바탕을 다졌다. 그는 이런 혁신적인 과학 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지금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파스퇴르는 독일의 페르디난트 콘과 로베르트 코흐와 함께 미생물학, 세균학 자체를 설립한 위대한 과학자로 꼽힌다. 이들 이전에는 미생물학은 과학의 하나로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과학 혁신의 선구자로 추앙 받는 이유다.


[이노베이터, 세상을 뒤집다 -2-] 미생물학의 아버지 파스퇴르

 



파스퇴르는 무엇보다 ‘실험을 통한 과학적 진실 확인’이라는 미생물학의 기본을 확립했다. 이는 미생물학을 넘어 거의 모든 자연과학 분야에서 연구 철칙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는 무엇보다 실험을 바탕으로 감염을 일으키는 세균이 불결한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생긴다는 기존의 ‘자연발생설’이 허구임을 증명했다. 이는 미생물학의 발전을 앞당기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반드시 세균에 오염돼야 그 세균이 증식해 감염을 일으킨다는 ‘세균 감염설’을 일반화했다. 천문학 분야에서 지동설이 이뤘던 것과 비슷한 충격과 영향을 준 과학적 업적이다.



파스퇴르는 그는 이런 발견을 실험실에서 끝내지 않고 임상 분야로 확대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견병·탄저병 등 숱한 질병의 원인과 예방과 관련한 획기적인 발견을 이뤘다. 이를 통해 임상의학에도 숱한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살균을 바탕으로 하는 위생 시스템을 마련했다. 가장 큰 혜택은 산모들이 입었다. 출산 과정의 세균 감염에서 비롯한 산욕열 사망률을 크게 줄였다. 파스퇴르가 세균 감염설을 확립하기 이전까지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들도 세균에 의한 감염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 곳에서 아이를 받은 뒤 손을 제대로 닦지도 않고 다른 산모에게 가서 다시 아기를 받는 방식으로 근무했다. 파스퇴르의 발견으로 이런 악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수많은 산모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의료진은 수술과 출산·진료 등 의료행위의 거의 모든 과정에서 소독약으로 손에 묻은 세균을 살균한 뒤 환자와 접촉했다. 미생물학 발전에 의한 현대 의학과 공중보건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파스퇴르는 공수병과 탄저병 백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파스퇴르의 업적 덕분에 생명을 구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건강하게 성장한 사람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파스퇴르는 백신 개발을 통해 수많은 가축의 생명도 구했다. 의학 미생물학 분야에 그치지 않고 축산업·낙농업·포도주업·양잠업 등 미생물과 관련 있는 산업에도 불멸의 업적을 쌓았다. 그는 프랑스 포도주 산업의 ‘구원자’로 통한다. 포도주가 제대로 발효되지 않고 중간에 변성하는 이유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포도주 생산업계는 발효 실패로 도산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파스퇴르는 현장을 직접 다니며 수집한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실험을 거듭 해 원인을 파악했다. 오늘날 과학수사에 맞먹는 상상력과 과학 지식을 동원해 연구를 했다. 그 결과 발효와 관련 없는 다른 미생물의 증식이 그 이유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다른 미생물이 이상 증식하지 않도록 포도즙과 발효통을 사전에 소독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파스퇴르는 인류의 안전한 식생활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과학자로 평가된다. 사실 대중이 파스퇴르를 기억하는 일반적인 계기는 ‘파스퇴르법’으로 불리는 저온살균법이다. 파스퇴르는 우유를 저온으로 60초간 살균해 우유의 영양소를 최소한으로 파괴하면서 미생물의 농도를 적정선으로 줄여 일정 기간 안전하게 보관하며 유통·소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우유는 유지방이 둘러 싸고 있는 유단백질 알갱이가 액체 속에 퍼져 있다. 이를 ‘콜로이드 상태’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우유가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우유를 고온으로 일정 시간 이상 끓이면 유단백질을 둘러싸고 있는 유지방이 녹아버린다. 그러면 끓는 우유 속에서 유단백이 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먹기 곤란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유통· 판매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열을 가하지 않으면 미생물의 숫자를 줄일 수 없다. 파스퇴르는 60도 정도의 저온(비교적 저온)으로 60초 정도(비교적 장시간) 우유를 가열해 미생물을 일정 수준으로 줄여 유통기간 내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가 과학적이고 안전한 우유 살균법을 개발함으로써 부모들은 마음 놓고 아이들에게 우유나 유제품을 먹일 수 있게 됐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선하면서 안전한 유제품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 유제품 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이는 전 세계로 파급됐다. 파스퇴르의 과학이 이룬 유제품 안전보장이 새로운 산업을 키운 것이다. 과학이 경제를 뒷받침한 대표적인 경우다.



프랑스가 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한 포도주, 수백 종류가 넘는 치즈, 숱한 요구르트 등 낙농제품이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고급 식품의 대명사가 된 배경에는 파스퇴르의 과학적인 업적이 자리 잡고 있다. 과학자 한 명이 국가의 학문은 물론 경제도 번성시킨 셈이다. 농부의 손자, 가죽 기능공의 아들로 태어난 파스퇴르가 과학을 바탕으로 프랑스에 번영을, 전 세계에 식품안전과 의학발전을 선물한 셈이다.



파스퇴르의 연구 업적 덕분에 파리는 유럽의 의학 연구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파스퇴르는 의학미생물학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였다. 미생물학으로 의학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렸다. 오늘날 의학미생물학 없는 의학 교육과 연구란 생각할 수도 없다. 질병의 발생, 예방, 치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 등을 통해 인간이 감염 문제를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은 영아 사망률과 전염병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인류의 수명 중 상당 부분은 미생물학의 발전에 빚진 셈이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chae.inta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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