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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넘치는 뉴스보이들 그 뜨거운 기운을 전해요

중앙선데이 2016.04.24 00:39 476호 16면 지면보기
좀 다른 뮤지컬이 찾아왔다. 15일 아시아 초연으로 막을 올린 디즈니 뮤지컬 ‘뉴시즈’(7월 3일까지 충무아트홀)는 ‘에너지’다. 1899년 뉴욕, 거대자본의 횡포에 생계위협을 받고 권리를 찾아 나선 10대 신문 배달 소년들의 벅찬 열정을 담았다. 100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과 닮았다. 갈수록 보수화되어 가는 사회 속 무기력해져만 가던 민초들이 ‘선거혁명’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시점에 개막한 점도 흥미롭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 ‘낮은 자들의 외침’이란 비장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무대는 결코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다. 상생의 길로 가는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시종 펼쳐지는 20여 남성 앙상블의 절도 넘치는 군무와 합창의 기운만으로도 객석이 들썩거린다. 이들을 맨 앞에서 이끌고 나선 신선한 얼굴도 그 에너지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뉴시즈’로 뮤지컬 데뷔전을 막 치른 배우 온주완(33)이다.



“이제 두 번 무대에 올랐는데 벌써 끝나는 게 아쉬워요.”


'뉴시즈'로 뮤지컬 데뷔한 배우 온주완

신문팔이 소년들의 작은 혁명을 이끄는 리더 ‘잭 켈리’ 역을 맡은 온주완은 ‘뉴시즈’ 그 자체였다. 이제 막 첫 공연을 치른 상태였지만 데뷔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노래는 안정적이었고, 연기는 섬세했다. 스타 캐스팅으로 유지되는 국내 뮤지컬계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NO 스타시스템’의 시험대에 올랐지만 부담이나 걱정은 없어보였다. 대신 “뉴시즈는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과 애정이 넘쳐났고, 그런 그로부터 확신이 전염됐다.



데뷔작 첫 공연에서 실수는 없었나요.“마지막 한 곡 남겨뒀는데 관객분이랑 눈이 딱 마주쳐 버렸어요. 1열 관객은 고개 방향까지 다 보이거든요. 무대 제일 앞에 붙어서 하는 노래인데,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엉키기 시작했죠. ‘꿈을 꾸길 원한다면 눈만 감아주면 돼 물론 손에 잡을 순 없겠지만’이란 가사인데 ‘물론’에서 눈이 마주친 거예요. 그 뒤 한마디를 허밍으로 불렀는데 아마 눈치 못채셨을 걸요. 뻔뻔하게 잘 넘어갔거든요(웃음). 끝나간다고 긴장을 푸니 대번에 티가 나더라고요.”



개막전에 자신감이 넘치던데 무대의 위력을 좀 느낀건지.“지금도 자신감은 여전해요. 무대의 위력보다 뉴시즈들의 에너지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나 때문에 잘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팀의 에너지인 거죠. 매번 ‘너는 나 믿고 가, 나는 너 믿고 간다. 오늘도 너희와 같이해서 영광이다’라고 파이팅하며 무대 올라가거든요.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그걸로 다 떨쳐지는 것 같아요.”



뮤지컬은 연기호흡이 긴 작업인데 적응이 힘들지 않았는지.“대본의 두께가 제일 두려웠어요. 3시간 동안 동선·대사·춤·노래·호흡 이 모든 걸 어떻게 갖고 가나 경외심이 컸죠. 하지만 두달동안 ‘오늘은 어떡하지’가 아니라 나를 받쳐주고 함께 가는 친구들을 만나러 온다는 기분으로 연습했어요. 모든 뮤지컬 현장이 그렇진 않다는데, 우린 단점 하나 없는 팀이었거든요. 즐기는 놈 이길 수 없다잖아요.”



드라마·영화에서 성숙한 연기를 하다가 다시 10대로 돌아갔는데. “뉴스보이 중 제가 서열 3위인데, 저절로 젊어진 거 같아요. 요즘 제 일상의 80퍼센트, 생각의 80퍼센트가 뉴시즈니까요. 남자들은 나이 먹어도 애같은 부분이 있어서 열 명 넘는 남자들이 같이 있으면 정말 한동네 사는 애들이 모여있는 느낌이거든요. 일부러 어려지려 하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서로의 에너지로 밝아질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뮤지컬의 행복 알아버린 게 실수”‘뉴시즈’는 디즈니의 전설적인 작곡가 알란 맨켄이 작곡한 주옥같은 명곡들이 가슴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파워풀한 남성 군무가 에너지를 선사한다. 2012 토니어워즈에서 음악상과 안무상을 수상한 이 무대는 어린 시절 무용수를 꿈꾸고, 예능프로에서 임재범의 ‘고해’를 불러 화제가 됐을 정도로 가무에 능한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작품.



하지만 연습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성악을 배우러 갔는데 발성이 달라 표정이 딱딱해지더군요. OST를 미친 듯이 듣고 따라부르는 것으로 대신했죠. 춤은 자신 있었는데 연습할 때 ‘이정도 쯤이야’ 하다가 얼굴로 바닥에 떨어져 멍이 든 적이 있어요. 정말 슬펐어요(웃음). 제일 앞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파워가 달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엄청 노력을 많이 합니다.”



기득권층과 청년층이 대립하다 해결을 보는 희망적인 내용이 지금 시대에도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은데요.“마지막에 루즈벨트가 한 ‘가진 자들이 그 힘을 젊은이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시대든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30대에 뭔가를 가졌다면 10대에게 나눠줄 수 있어야겠죠. 잭의 입장에서 ‘산타페(Santa Fe)’의 가사도 와 닿아요. 현실도피해서 어딘가로 가고 싶어 하는 노래인데 결국 가지 않거든요. 플랜A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플랜B로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요. 잭도 산타페로 가서 그림 그리고 별 보며 살고 싶지만 결국 신문 파는 현실이 남았죠. 하지만 함께 하면 작더라도 뭔가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과감히 ‘NO스타시스템’을 표방한‘뉴시즈’만의 힘이라면.“처음 대본을 봤을 때 ‘아, 뉴시즈는 에너지다’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도전했어요.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내 좋은 기운을 받아가라’는 스타일이거든요. 공연의 목적은 하나에요. 관객분들이 우리의 기운을 듬뿍 받고 극장을 나가 다음날 일하러 가서도 그 기분 좋은 에너지로 살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들 때문에 힘 받고 가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하고, 공연 끝날 때까지 그 목적으로 살 것 같아요.”



‘뉴시즈’ 이후에도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을까요. “며칠 전 회식 때 ‘뉴시즈’를 한 게 실수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내가 너무 행복하다, 그대들 만나서 연습하고 공연 올리고 함께 하는 행복을 알아버린 게 실수란 거죠. 다른 작품은 모르겠어요. 지금 ‘뉴시즈’에 온통 빠져 있으니까. 멤버들에게 늘 말하는 소망이 있는데, 재공연할 때 90퍼센트 이상 남아줬으면 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요 앞에 너희들 숙소까지 잡아주겠다고 할 만큼 애정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뉴시즈’라면 언제든 할꺼예요. 나중에 온주완 나이도 있으니 다른 잭 캘리를 찾아보자고 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온주완이 나이가 몇이든 잭 켈리를 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싶어요. 저는 항상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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