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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도 꺾지 못한 ‘장사의 신’ 인생 열정

중앙선데이 2016.04.24 00:18 476호 32면 지면보기

저자: 고마쓰 나루미 역자: 김영근 출판사: 이상 가격: 1만5000원



이 책은 일본 외식업계 ‘장사의 신’ 다이아몬드 다이닝사의 대표 마쓰무라 아쓰히사(49)의 성공 스토리다. ‘천재’ 혹은 ‘무계획 경영자’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2001년 도쿄 긴자 중심부에 음식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뱀파이어 카페’를 오픈한 이래 2010년까지 ‘100브랜드 100점포’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2016년 현재 그 숫자는 171브랜드 340점포까지 늘어났다. 다이아몬드 다이닝사는 지난해 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됐고, 매출 1000억엔(약 1조원)도 달성했다.


『열광선언』

그런데 좀 이상하다. 100개의 브랜드, 100개의 점포라니…. 결국 1개의 브랜드가 1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이 치열한 외식업계서 우리 회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결과, 100개의 점포를 서로 다른 콘셉트와 스타일로 창조해내기로 했다”는 게 마쓰무라의 설명이다. 음식 종류와 메뉴는 물론이고 인테리어·서비스 등을 모두 아울러 전혀 다른 100개의 음식점을 만들고 각각의 이름을 붙이니 독립적인 100개의 브랜드인 게 맞다. 보통의 레스토랑이나 이자카야(선술집)가 조금 잘 된다 싶으면 똑같은 메뉴·인테리어·콘셉트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것과는 정반대의 경영방식이다. 당연히 매번 투입되는 시간과 자금도 엄청나다. 마쓰무라를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경영자라 비판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면 금세 수긍하게 된다. “맛있는 식당은 여기저기 꽤 있다. 그래서 나는 ‘꿈이 있는 즐거운 레스토랑’을 만들려고 한다.” 그의 천재성이 빛나는 지점이다. 엔터테인먼트와 레스토랑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공간. 드라큘라 백작의 성에 초대돼서 먹는 식사라는 콘셉트의 ‘뱀파이어 카페’를 비롯해 ‘미궁의 나라의 앨리스’ ‘올빼미의 숲’ ‘검은 제등’ ‘대나무 소녀 이야기’ ‘3년돼지곳간’ 등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생긴다.



그런데 마쓰무라의 스토리는 천재성보다는 뜨거운 열정과 도전이라는 면에서 더 감동적이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약년성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건 2005년의 일이다. 온몸의 떨림, 운동능력저하, 근육 강직, 자세 불안정(쉽게 넘어짐) 등의 증상이 그를 따라왔다. 보통 50세 이상에서 발생하는데 마쓰무라처럼 40세 이하에서 발생하는 경우 ‘약년성’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다. 진단을 받고 5년 후부터 구체적인 증상들이 나타났다. 움직임은 물론이고 어떤 날은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마쓰무라는 병이 진행되는 5년 동안에도 사업 추진을 멈추지 않았다. 병이 상당히 진전된 2012년에는 도쿄 롯폰기에 ‘1967’이라는 라운지 카페를 오픈한다. 심지어 이 카페가 들어선 건물은 2017년에 헐린다. 그러니 딱 5년 만 운영할 수 있는 시한부 공간이다. 그런데도 마쓰무라는 “눈부시게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어른들의 놀이터’를 만들자” 생각했고 실천에 옮겼다. 실제로 1967은 일본 음식점 중에서 샴페인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다. 그의 목표는 딱 하나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일본에 딱 하나뿐인, 불멸의 전설로 남을 공간’이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일에 몰두하고 있다. “몸은 부자연스럽지만 정신은 건강했을 때보다 집중력을 더 발휘하게 됐고,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은 더 또렷해졌고, 분석력·결단력도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슈퍼 에너지가 샘솟는 이유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게 인생이라는 이름의 무대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할 뿐인데, 그것을 대하는 열정에 따라 무대에서의 존재감은 달라진다. “40살, 파킨슨병 따위에 인생을 빼앗기지 않을 테다. 나는 오로지 나의 꿈에 열광할 뿐이다.” 뜨거운 남자, 마쓰무라의 이야기가 우리를 거울 앞으로 이끈다. 우린 얼마나 우리 삶에 열광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라 하면서.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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