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꽃밭에서

중앙선데이 2016.04.24 00:12 476호 35면 지면보기

서울의 길가를 지나면서.

‘아줌마 꽃무늬’는 촌스러움과 발랄함을 다잡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치마의 바탕색인 검정과 꽃무늬의 분홍에 맞춰 검정은 캔버스 슈즈, 분홍은 탱크톱과 백으로 조화를 이뤘다.



꽃무늬 중 마음을 짠하게 하는 부류가 있다. 날렵한 멋보다 정감 있는 여운을 안기는 그 감동은 ‘아줌마 꽃무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시장에 한가득 쌓아놓고 파는 ‘동네스러운’ 치마에 담긴 꽃무늬 말이다. 세련된 꽃무늬도 많은데 ‘시장 스타일’에 드센 집착을 보이는 이유인즉 옛날 엄마가 불러주시던 ‘꽃밭에서’라는 노래의 영향이다.“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키가 큰 개성파 꽃들보다 소탈한 냄새를 풍기는 오밀조밀한 꽃들에 끌린다. 솔직히 아줌마 꽃무늬는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다. 머리에 인 새참을 내리는 논두렁의 아낙네가 떠올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억척스러움에 감춰진 여자는 다만 따뜻할 뿐.누가 뭐래도 나는 아줌마 꽃무늬를 사랑한다. 편하고 예쁘장하다. 이런 꽃무늬, 대한민국의 동네방네가 아니면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김은정의 Style Inspiration

 



 



김은정 ?‘엘르’‘마리 끌레르’ 패션 디렉터와 ‘마담 휘가로’ 편집장을 거쳐 샤넬 홍보부장으로 일했다.『Leaving Living Loving』『옷 이야기』를 썼고 현재 홍콩에 살며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