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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사진관] 경차 튜닝의 '끝판왕"···190마력의 모닝

중앙일보 2016.04.22 18:16
차량 2대가 서킷(자동차 경기장) 출발선에 섰다.

삐, 삐, 삐이~”

출발 신호와 함께 경차 모닝과 투스카니가 가속을 시작한다. ‘부웅’ 하며 낮게 깔리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모닝 운전자의 머리가 뒤로 젖혀진다. 계기판의 속도계가 ‘100’에 이르기까지 단 5초. 모닝이 스포츠카인 투스카니를 제치고 앞서 나간다.

모닝은 순정출력 78마력, 1000cc 경차다. 하지만 튜닝 덕에 힘이 장사가 됐다. 무려 175마력의 출력을 낸다. 가볍기 때문에 3000cc 대형차를 쉽게 따돌릴 정도로 날렵하다. 차주인 강모씨는 ‘작은 천하장사’를 끌고 한 달에 두 번 서킷을 찾는다. 짜릿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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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을 통해 출력 190마력을 내는 `괴물`로 변한 모닝의 엔진룸

경차의 이미지는 주로 여성, 도심과 어울린다. 장보기용이거나 '세컨드 카' 의 성격이 강하다. 주차가 편하고, 유지비가 적게 든다. 약점은 느리고,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도로 위에서 난폭운전자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튜닝을 거치면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튜닝샵'에서 만난 장문석씨는 경차만 3대 째다. 최근엔 스파크 LPG 차량을 구했다. 장씨는 20만원을 주고 '에어클리너'를 오픈형으로 교체했다. LPG경차 특유의 굼뜬 현상이 대폭 개선됐다. 배기파이프(머플러)도 교체해 힘을 더 키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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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형 에어클리너. 3~4마력 정도의 출력향상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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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머플러로 멋을 낸 배기 시스템. 출력을 높이면 배기가스량이 많아져 엔진과 머플러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좋다.

 
경차 튜닝 매니어 박민우씨는 모닝을 170마력의 '괴물'로 재탄생시켰다. 2000만원을 투자했다.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서킷을 찾아 실력을 뽐내면서 주위의 시선도 달라졌다. 한 체급 올려 1600cc 클래스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도로에서 만나는 운전자들은 경차의 놀라운 순발력에 '엄지척'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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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상태와 출력을 검사하는 다이나모. 이 과정을 거쳐야 튜닝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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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모 화면에 튜닝을 끝낸 모닝의 출력이 190마력, 최대 토크 21.31 kg.m는 기록이 나온다.

경차는 엔진룸이 작아 튜닝 부품을 제작하기 어렵지만 최근 개발된 부품들은 대개 '볼트온(볼트와 너트로 간편하게 결합하는 것)' 형식이어서 간편해졌다.

경차 튜닝 전문업체 ‘토콘’의 강정태 대표는 “차근차근 하나씩 튜닝을 하다 보면 차가 달라지는 재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가장 먼저 '에어클리너'를 오픈형으로 교체할 것을 권한다. 이것만으로도 엔진 출력을 3~4마력 이상 올릴 수 있다. 머플러까지 바꾸면 역시 3~4마력쯤 더 올라간다. 엔진소리가 묵직한 저음이 된다.

그러나 출력만 높이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주행 안전장치인 '스테빌라이저 바' 와 일체형 서스펜션을 다는 것이 좋다. 차체가 자동차의 출력을 견딜 수 있게 돕는다. 핸들링도 좋아져 코너를 돌 때 안정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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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서스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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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 수동변속기. 레이싱용 강화 클러치가 장착돼 있다.

출력을 극대화시키려면 가속력을 높여주는 장치인 '터보차저'를 달고 엔진 냉각 장치인 '인터쿨러'를 교체해야 한다. 강 대표는 “300만~400만원만 들여도 엔진 성능이 대폭 향상돼 튜닝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며 "하지만 튜닝은 구조변경검사를 거쳐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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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차저. 엔진 연소실에 압축된 공기를 순간적으로 불어넣어 큰 출력을 얻어낸다. 30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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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용 4점식 안전벨트와 롤게이지바

새 단장을 끝낸 경차 모닝을 '다이나모 테스트기(차량상태를 진단하고 최대출력을 측정하는 장치)'로 재보니 190마력 이상이 나온다. 순정출력 78마력의 모닝 출력이 두배 이상 올라간 셈이다. 경차는 차체가 작아 튜닝 비용도 저렴하다. 정비 비용도 낮다. 또 세금, 통행료, 주자창 할인 등 경차만의 혜택은 그대로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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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차량의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부스트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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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경량 단조 휠. 가볍고 단단해 스타트가 빠르다.

최근 경차 튜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경차 모델이 30여 종에 이르고 튜닝 시장까지 활성화 돼 있다”며 " '창조경제'의 한 축인 자동차 튜닝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튜닝 부품에 대한 인증과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글=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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