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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 가족 드라마 '철원기행' vs 만화 원작 '바쿠만'

중앙일보 2016.04.22 11:01
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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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철원기행` 스틸컷]

철원기행
감독 김대환 각본 박진수 출연 문창길, 이영란, 김민혁, 이상희, 허재원 촬영 김보람 제작 김동호 조명 박찬윤 미술 정성균 프로듀서 이임걸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9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4월 21일

줄거리 평생을 철원의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성근(문창길)의 퇴임식 날. 떨어져 지내던 가족은 철원으로 향한다. 퇴임식 후 교사인 아내(이영란), 영업사원인 큰아들(김민혁)과 네일 숍을 운영하는 며느리(이상희), 결혼 앞둔 작은아들(허재원)과 식사하던 성근은 갑자기 “이혼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게다가 폭설로 발이 묶인 상황. 식구들은 성근의 작은 아파트에서 꼼짝없이 함께 있어야 한다.

별점 ★★★★ 가족의 초상은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다양할 것이다. 오랫동안 떨어져 산 것으로 보이는 성근과 가족들은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다. 자식들은 내심 부모에게 금전적 도움을 바라고, 갱년기에 접어든 어머니는 신경이 예민하고, 혼자 있길 좋아하는 아버지 성근은 말이 없다. 가장 가까워야 할 이들이 각각 자기 생각만 하는 상황. 어쩔 수 없이 2박 3일을 함께 보내는 이들 사이엔 날 선 대화가 오가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영화는 가족 간의 어색한 공기를 탁월하게 담아낸다. 현실적인 대사, 장면마다 감정의 밀도를 조절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연출은 신인 감독의 솜씨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특히 식구 중 누구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한 명 한 명을 세세히 그려 가족 자체에 집중하는 뚝심도 놀랍다. 흥미로운 건 일상적이면서도 의식적인 행동을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 점이다. 기념 촬영을 하거나 함께 밥을 먹는 등 친하지 않은 가족이 모이면 으레 하는 행동들. 그걸로 어색함을 지워 내려는 순간, 그 모습이 현실의 우리와 너무 닮아 마음껏 웃기도 어렵다. 반면 가족이 숨겨 온 감정을 터트리는 순간은 눈을 맞을 때다. 그들은 서로 눈덩이를 던지며 진솔하게 속내를 주고받는다.

영화는 성근의 가족 관계가 함께 보낸 시간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아도, 어딘가 아주 조금은 바뀌었을 것이라 말하는 듯하다. 가족을 향한 판타지를 배제한 현실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이 가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 동시에 내 가족을 생각하게 하는 건 이 영화의 놀라운 힘이다. ‘철원기행’은 가족의 식사 같은 사회적 행동과 폭설이라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을 대비해 가족의 초상을 그린다. ‘혈연’으로 맺어진 작은 ‘사회’라는 가족의 본질을 꿰뚫는 명철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 영화계에 놀라운 신인 감독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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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쿠만` 스틸컷]

바쿠만
감독 오오네 히토시 출연 사토 타케루, 카미키 류노스케, 고마츠 나나, 소메타니 쇼타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 시간 119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4월 21일

줄거리 만화가였던 삼촌의 그림 실력을 물려받은 고등학생 마시로(사토 타케루)는 만화 스토리 작가를 꿈꾸는 동급생 타카기(카미키 류노스케)와 힘을 합쳐 자신들의 첫 만화를 완성해, 최고의 만화 잡지 ‘소년 점프’를 찾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연재 기회를 얻지만, 고등학생 천재 만화가 니이즈마(소메타니 쇼타)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별점 ★★★☆ 잡지 연재만화의 제작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원작 만화를 탄생시킨 오바 츠구미(글)와 오바타 타케시(그림)는 인기 만화 『데스노트』(2003~2006)를 함께 작업한 콤비. 이들은 『바쿠만』(2008~2012)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아 다시 한 번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역시 며칠 밤을 새며 만화 원고를 완성하는 젊은이들의 새파란 열정을 아름답게 그려 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미래에 대해 별다른 계획이 없던 고등학생 마시로는 타카기의 제안으로 여름 방학 내내 만화를 그리며, 난생처음 어떠한 일에 열정을 쏟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실수하고, 잘못을 바로잡고, 서로 갈등하고 격려하며 만화가로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 준다. 그 과정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느낌이 없지 않지만, 도전과 성취가 끊임없이 맞물리는 이야기가 소소한 재미를 자아낸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연재되는 작품끼리 인기 순위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과정을, 등장인물들이 만화 원고와 실사를 넘나드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표현한 장면. 영화 연출의 묘미가 풍성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을 통해 청춘의 아름다움이란, 위대한 결과를 남기기보다 무언가에 모든 열정을 쏟는 도전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마시로와 타카기가 그 깨달음을 얻는 결말이 울림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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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리플9` 스틸컷]

트리플9
감독 존 힐코트 출연 치웨텔 에지오포, 케이트 윈슬릿, 앤서니 마키, 우디 해럴슨, 케이시 애플렉, 갤 가돗 장르 범죄 스릴러 상영 시간 115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4월 20일

줄거리 전직 군인 마이클(치웨텔 에지오포)은 인질로 잡힌 아내 엘레나(갤 가돗)와 어린 아들을 구해 내야 한다. 인질범은 다름 아닌 아내의 언니이자 냉혹한 마피아의 아내 이리나(케이트 윈슬릿). 그의 요구에 따라 마이클은 부패 경찰과 손잡고 은행을 털지만, 이리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침입 불가능한 철통 보안을 뚫어야 할 처지가 된 마이클. 그때 부패 경찰 마커스(앤서니 마키)가 ‘트리플9’을 발동시키자고 제안한다.

별점 ★★☆ 트리플9, 즉 ‘999’는 경찰 피살을 뜻하는 코드다. 이 코드가 발동되는 순간, 도시의 모든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로 출동한다. 궁지에 몰려 시간을 벌어야 하는 범죄자에게 트리플9은 구원의 주문과도 같다. 그런데 그 범죄자 중 부패 경찰이 있다. 그들은 돈에 눈이 멀어 동료 경찰을 살해하려 한다. 여기서 도덕적 딜레마가 발생한다.

‘트리플9’은 바로 이 극적인 코드 번호가 유발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갈등을 전제하고 출발한다. 애초 각본가 매트 쿡이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도 경찰 마약반 요원인 친구에게 들은 트리플9이란 소재에 매료돼서다. ‘더 로드’(2009) ‘로우리스:나쁜 영웅들’(2012) 등으로 스릴러 연출에 재능을 보인 존 힐코트 감독이 이 영화에 참여한 것도 트리플9을 제대로 활용한 작품이 처음이었기 때문. 그러나 ‘트리플9’은 드라마틱한 소재에 함몰된 영화의 전형적인 패착을 보여 준다. 소재의 비극성을 극대화하려던 야심이 지나쳤던 걸까. 가족을 구해야 하는 마이클과 부패 경찰들 그리고 희생양으로 점 찍힌 순진한 경찰 크리스(케이시 애플렉)와 그의 삼촌이자 마이클 일당을 뒤쫓는 베테랑 경찰 제프리(우디 해럴슨) 등. 너무 많은 인물이 복잡하게 얽힌 갈등은 트리플9이 발동되는 순간마저 정점을 이루지 못하고 표류한다. 배신으로 인해 서로 죽이려 하는 후반부의 상황이, 도저히 수습되지 않는 인물들을 처리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봉합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크리스 역시 우왕좌왕할 뿐이다.

모처럼 카리스마를 발산한 케이트 윈슬릿의 열연과 실제 거리에서 촬영한 암흑가의 음습한 분위기가 미적지근한 결말 탓에 묻혀 버리는 것이 안타깝다. 희소성 있는 소재가 빛을 발하려면, 스토리가 더 치밀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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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브루클린` 스틸컷]

브루클린
감독 존 크로울리 출연 시얼샤 로넌, 에모리 코헨, 돔놀 글리슨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1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4월 21일

줄거리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 살다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에일리스(시얼샤 로넌)는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리다 이탈리아계 청년 토니(에모리 코헨)와 사랑에 빠지며 점차 안정을 찾는다. 어느 날 언니의 부고를 받고 귀향한 에일리스는 고향에서 만난 짐(돔놀 글리슨)에게 마음이 흔들린다.

별점 ★★★☆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민자 여성의 삶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빠져드는 건, 에일리스가 독립적인 여성으로 한걸음 나아가며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 내기 때문이다. 연출의 힘이 영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하는지 깨닫게 한다. ‘내 집은 어디인가’라는 에일리스의 질문은 결국 ‘사랑이 있는 곳이 집’이라는 답을 찾는 데 이른다. 인생과 사랑에 대한 깊은 고찰을 아름다운 미장센과 시얼샤 로넌의 놀라운 연기로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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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만명의 성자들` 스틸컷]

일만명의 성자들
감독 샤리 스프링어 버먼, 로버트 풀치니 출연 에단 호크, 에밀리 모티머, 아사 버터필드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 시간 107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4월 21일

줄거리 자신과 관련된 사고로 하나뿐인 친구를 잃은 주드(아사 버터필드)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그런 주드에게 잊고 지낸 아빠 레스(에단 호크)가 찾아와 무작정 미국 뉴욕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주드는 운명처럼 음악과 지켜 주고 싶은 첫사랑을 만난다.

별점 ★★★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매력적인 성장영화. 마약, 10대 임신, 혼외 정사, 이혼, 입양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일들뿐이지만 누구보다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비록 우리가 기대하는 성자(Saint)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지나치게 자유롭고 문란하지만 자식에게는 친구 같은 아버지 레스를 연기한 에단 호크를 보는 재미가 크다. 종교영화로 오해는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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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대한 소원` 스틸컷]

위대한 소원
감독 남대중 출연 류덕환, 김동영, 안재홍 장르 코미디 상영 시간 93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4월 20일

줄거리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등학생 고환(류덕환). 그의 소원은 죽기 전, 여자와 첫 경험을 하는 것이다. 고환의 절친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은 고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별점 ★★ ‘더 행오버’(2009, 토드 필립스 감독)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막 나가는 ‘병맛’ 코미디. 죽음을 앞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시종일관 경쾌하게 그린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고약한 농담, 아슬아슬한 수위의 유머 등 과감한 설정으로 관객을 공략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억지스러울 뿐 아니라 불편함과 씁쓸함만 가중시킨다. 류덕환, 안재홍 등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에 크게 빚지고 있지만,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성숙하지 못한 시선이 웃음마저 공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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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장성란 나원정 이지영 고석희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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