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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국민연금 187만원 받는 65세 "5년 늦춘 덕에 47만원 늘어”

중앙일보 2016.04.22 05:45 종합 18면 지면보기
| 연 2000만원 넘게 받는 은퇴자 44명
시기 안 늦춘 사람보다 30만원 많아


해를 거듭할수록 국민연금 수령자는 늘고 수령액은 올라간다. 지난해 말 현재 383만2188명이 연금을 받는다. 월 연금이 100만원이 넘는 사람이 10만 명에 달한다. 월 167만원 이상, 연 2000만원 넘게 받는 ‘2000만원 클럽’ 수령자가 44명이다. 1년 새 38명 증가했다. <본지 2015년 3월 2일자 10면>

최고액 수령자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모(65)씨다. 월 187만4300원을 받는다. 2위는 186만5400원을 받는 65세 여성이다. ‘톱 10’ 수령자 중 9명이 65세 남성이다. 이들의 비결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 연기(이하 연기연금)다. 이를 활용하지 않은 은퇴자의 최고 연금은 154만원으로 30여만원 적다.

100세 시대를 맞아 연기연금이 각광을 받고 있다. 2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150만원이 넘은 연금 수령자 246명 중 233명이 연기연금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현재 연기 기간이 끝나고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이 7789명에 달한다. 이들은 평균 1년6개월 연기하고 월 81만6480원을 받고 있다. 87%가 남성이다. 60대 들어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아 1~2년 일하면서 연금 수령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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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신청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연기 신청을 한 사람은 1만2471명이다. 전년보다 49% 늘었다. 매년 수천 명 늘어난다. 연기연금은 수령 시기를 최대 5년 늦추는 제도다. 늦게 받되 한 달에 연금이 0.6%(2012년 6월까지 0.5%) 증가한다. 연 7.2%, 5년에 36% 늘어난다. 최성환 한화생명 보험연구소장은 “건강이나 생활 여건을 따져 국민연금을 늦출 수 있다면 그리하는 게 매우 유리하다”며 “1%대의 시장 금리를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고 말한다.

연기하면 늦게 받지만 가산 보너스가 더 크기 때문에 이득을 본다. 기대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해서 따져보자. 울산광역시에 사는 김모(65)씨는 2010년 만 60세가 되면서 국민연금(월 90만7400원, 부양가족연금 1만8400원 포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른 수입이 있어서 수령을 5년 늦췄고 지난해 4월 135만1620원을 받기 시작했다.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김씨의 기대수명은 2010년 21.1년, 2015년 17.5년이다. 이 기간만큼 산다고 가정하면 생애 연금은 연기 전 2억2975만원에서 연기 후 2억8449만원으로 약 24%(5474만원) 늘어난다.

| 가산보너스에 고소득 ‘감액’도 피해
신청 급증 … 작년 1만2471명이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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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연금의 또 다른 장점은 감액을 피하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사적연금과 달리 강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고 있다. 월 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근로자는 소득공제 이후 210만원, 자영업자는 필요경비 공제 후 210만원)을 넘으면 연금을 최고 50% 삭감한다. 소득이 높아 연기연금을 선택하면 연금 삭감도 피하고 수령액도 늘리는 이중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종의 ‘연금 재테크’다.

임대사업을 하는 한모(60)씨는 “내년에 연금을 받을 자격이 생기는데 임대소득 때문에 깎인다고 하더라”며 “고민하지 않고 5년 연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재욱 보건복지부 연금급여팀장은 “5년 연기할 경우 79세에 연기하지 않을 때와 총 수령액이 같게 된다”며 “소득이 있고 건강하다면 연기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5년 연기 땐 79세가 손익분기점
“소득 있고 건강하면 늦추는 게 좋아”


4년 연기하면 손익분기점 도달 연령이 78세, 3년은 77세, 2년은 76세, 1년은 75세이다. 그런데 연금이 깎이는 사람이 5만1483명(지난해 12월 기준)에 달한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서다. 정 과장은 “60대의 경우 비정규직이나 자영업 종사자가 많아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한 탓에 연기 제도를 활용하기 힘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 때문에 부분 연기연금(지난해 7월 도입) 활용자가 66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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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연기는 1회만 가능한데, 이게 60대의 들쭉날쭉한 소득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기연금 제도는 고용시장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한국 상황에 잘 맞는 제도”라며 “60대 고령자는 고용 변동이 심한데 1회 연기만으론 부족하고 여러 번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1회 연기 조항 개정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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