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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 "박 대통령 결자해지해야"

중앙일보 2016.04.22 02:50 종합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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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가 21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상임고문단과의 오찬에 앞서 총선 결과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 외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에 김수한 전 국회의장(왼쪽)은 “공천을 둘러싼 당의 행태는 실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며 질타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공천 행태는 목불인견(目不忍見). 박근혜 대통령께서 결자해지(結者解之) 하셔야 한다.”(김수한 전 국회의장)

새누리 고문 14명 간담회서 쓴소리
“계파 싸움 없어야 한다 선언을”
원유철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


“박 대통령이 본인 잘못을 인정하시고 ‘내가 국정을 바로잡겠다’고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권철현 상임고문)

21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초청으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새누리당 원로들이 매를 들었다. 고문단 대표인사를 한 김수한 전 국회의장(1996~98년)은 “참담하다” “부끄럽고 굴욕적이다”는 표현을 써 가며 공천과정을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정한 역사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그런 추태를 보여주진 않았을 것”이라며 “집권당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원색적인 막장 드라마를 국민에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밭이라고 자만했던 서울 강남과 영남권에서 국민의 폭풍 같은 분노 앞에 전율을 금할 수 없었다. 헌정 사상 집권당이 제1당 자리를 내준 적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원 원내대표는 “살생부, (윤상현 의원) 막말 파동, (김무성 전 대표) 옥새파동 등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추태 때문에 국민들이 무겁게 심판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의장은 “대선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분수령이 서기 전에 국민들이 사전 경고를 준 것”이라며 “총선 결과를 전조 증상이라 받아들이고 통렬히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죄송하다.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오찬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엔 박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까지 이어졌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이 보고만 계실 상황이 아니다”며 “계파 갈등 문제를 위(청와대)에서만 보시며 정치 훈수를 두실 때가 아니라 계파 수장들을 청와대로 부르든 대외적 메시지를 통하든 ‘계파 싸움이 없어야 한다’고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뒤 “계파 갈등 청산의 키를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철현 상임고문도 “박 대통령이 친박 해체를 선언해야 한다”며 “계파와 여야 관계 없이 인재를 제대로 등용해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잘 이끌면 큰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권 고문은 “중국 춘추시대 장왕이 모리배에 둘러싸여 3년을 허비했지만, 결국 진짜 충신을 모아 국정을 바로잡았다”는 고사를 원 대표에게 전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무소속 복당으로 의석을 늘려 1당 행세할 생각 말고 국회의장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는 역발상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2010~2012년)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TV만 켜면 맨날 싸우는 모습만 나오는데 누가 찍어주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오찬 회동에는 김수한·박희태 전 의장을 비롯해 권철현·김용갑·김동욱·김종하·김중위·권해옥·서정화·신영균·유준상·이연숙·이해구·이형배 고문 등이 참석했다.

글=최선욱·현일훈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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