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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R&D투자 1조 늘리면 1만3000개 일자리

중앙일보 2016.04.22 02:41 종합 6면 지면보기
정부에서 투자 활성화 정책을 만드는 정책 담당자는 항상 두 개의 넘기 힘든 ‘허들’을 만난다. ‘대기업-중소기업’, 그리고 ‘수도권-지방’ 간 구분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투자할 여력을 갖춘 곳은 대기업들이다. 또 기업들의 1순위 투자처는 수도권이다.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수도권 집중’ 논란에 휘말릴 경우 정책이 좌초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간 대부분의 투자 활성화 정책이 ‘허들’을 피해 간 이유다.

세제혜택 줄자 연구개발 투자 기피
해외진출 기업 국내 유턴도 줄어
“대기업 벤처투자 규제 완화해야”

유일호 부총리의 3기 경제팀 역시 딜레마와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정책의 초점 자체를 투자와 일자리에 맞춘 만큼 이전과는 다른 성격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산업에 한해 대기업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검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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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전 부총리의 2기 경제팀의 경우 ‘채찍’을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이다. 이익의 일정액에서 투자·임금 인상·배당에 쓰지 않는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내게 했다. ‘세금을 내기 싫으면 투자를 하든가, 아니면 임금·배당을 늘려 가계의 소득을 높여 주라’는 의미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도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줄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와 임금 인상보다는 배당에 집중하는 현상도 뚜렷하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결국 미래 성장보다는 당장의 ‘과실 따먹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당근’은 줄였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비과세·감면을 줄였는데 덩치가 큰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그중에서도 대기업이 ‘타깃’이 됐다.

현재 R&D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은 20%, 중소기업은 30%다. 결과는 급속한 R&D의 위축이었다. 30대 대기업의 R&D 투자는 2010년 20조8000억원에서 2014년 32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늘던 것이 지난해에는 31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 마련은 물론 당장 일자리에도 ‘적신호’다. 업계에선 R&D 투자가 1조원 증가할 경우 1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대기업-중소기업’ 프레임에 갇혀 유명무실화한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해외로 이전한 기업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유턴기업 지원법’이 그렇다. 법이 시행된 201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76개에 불과하다. 2013년 37개를 정점으로 지난해에는 9개까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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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적 요건상 국내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의 경우 해외 공장을 완전 철수하지 않는 한 혜택을 볼 수 없다”며 “대기업들의 경우 해외 공장의 생산시설을 감축해 국내로 들여오더라도 혜택을 보기 어려운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은 벤처기업 등을 인수합병(M&A)해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도 쉽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을 넘는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에서 증손회사(자회사의 자회사)를 편입할 때는 반드시 지분 100% 사들여야 한다. ‘문어발식 확장’을 막으려는 장치지만 대기업 입장에선 ‘투자 걸림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에선 사례를 찾기 힘든 규제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혁신과 투자의 주체는 민간”이라면서 “정부는 규제와 위험을 줄여 주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 주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근·조현숙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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