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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도 보는 인터넷 개인방송, 엽기·음란 규제한다

중앙일보 2016.04.22 02:22 종합 1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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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가 가슴골이 드러난 옷과 핫팬츠를 입은 채 섹시 댄스를 춘다.

한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가 짧은 핫팬츠에 가슴골이 아찔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고 소형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음악에 맞춰 BJ가 몸을 흔들 때마다 엉덩이 일부분이 노출된다. 아예 가슴이 반쯤 드러난 차림으로 방송을 하기도 한다. 섹시 BJ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BJ의 방송시간은 1600시간이 훌쩍 넘는다. 누적 시청자 수만 1087만 명에 달한다. 19금 표시를 달고 방송을 내보내지만 유튜브 등에선 누구나 쉽게 이 BJ의 방송을 찾아볼 수 있다.

모니터링 강화 … 심할 땐 퇴출
일각선 “정부 과도한 개입” 주장
청소년 아르바이트 감독 강화
귀청소방·무인텔 강력 단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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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BJ가 무릎을 꿇고 있는 학생들에게 괴성을 지르며 간장 4.5L를 끼얹는다.

지난해엔 누적 시청자 수만 3억 명이 넘는 한 유명 BJ가 중학생들을 무릎 꿇게 한 뒤 대야에 가득 담긴 간장을 학생들 몸에 뿌리는 엽기적인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가 이처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칼을 빼들었다. 이들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청소년들이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여성가족부는 2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 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우선 이달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과 합동으로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이나 동영상 사이트를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현재 인터넷 개인방송의 경우 사이트에 가입하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연령 인증을 하지만 파일 공유 사이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 각종 영상을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장은 “방송 사이트 업체 측이 자체 신고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자율 규제를 유도할 방침”이라며 “해당 업체의 권고나 경고에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유발하는 진행자는 이용을 제한하는 형식으로 퇴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터넷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표현물을 게시할 수 있고, 이용자들은 각자의 기호와 욕구에 따라 이를 시청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평소 취미로 인터넷 개인방송을 즐겨 찾는다는 이모(17·고2)양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인기 BJ 영상을 본다”며 “문제가 될 정도로 선정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모(18·고3)군은 “아무리 청소년이라도 최소한의 상식이 있다면 그냥 웃고 마는 즐길거리에 불과하다”며 “친구들 사이에선 오히려 인터넷에서만 가능한 신선한 시도라는 의견도 적잖다”고 전했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실시간으로 만들어져 소비된다는 특성상 불법적인 요소를 완전히 뿌리 뽑긴 쉽지 않다”며 “정부의 규제도 중요하지만 방송하는 진행자들의 책임의식을 강화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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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한 청소년 성매매 등이 의심되는 귀청소방 등 신·변종 업소를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하고 청소년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기로 했다. 청소년 혼숙이 우려되는 무인텔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방안도 담겼다. 청소년을 많이 고용하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당초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시행하던 ‘찾아가는 근로 권익 교육’도 일반고와 중학교 학생은 물론 학교 밖 청소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는 중·고교 필수과목에 청소년 근로 권익이나 직업윤리 관련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배달 아르바이트 청소년들에 대한 보호 방안도 마련된다. 마약에 빠진 청소년에게는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를 활성화해 치료와 재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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