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은 집값, 대구는 일자리 … “저출산 지역 맞춤 대책 필요”

중앙일보 2016.04.22 02:18 종합 14면 지면보기
전국 4년제 대학교 재학생의 23.7%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닌다. 전국 대학원 재학생의 46.5%도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특히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사는 20~24세 여성은 2000년 이후 매년 약 1만 명씩 서울로 몰려든다. 전국 사업체의 21.3%, 직원 1000명 이상 사업체의 41.5%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의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0.98명(2014년 기준). 전국 꼴찌다. 서울의 초(超)저출산 현상의 근본 원인은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서울로 유입된 20대의 여성들이 높은 주택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 바깥으로 떠밀려 나오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제9차 인구포럼에서다.

서울 합계출산율 0.98명 꼴찌
신혼부부 집값 싼 수도권으로 이탈
“공공주택 우선공급 등 방안 마련을”

대구는 젊은층 적합한 일자리 부족
보육시설 확대 정책 등 효과 못 봐

장진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서울시 저출산 현황과 발전현황’이란 보고서에서 “서울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여건과 일자리 여건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젊은 여성이 몰려드는데도 출산율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비싼 집값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5342만원, 전세가는 3억9996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서울을 제외한 6대 광역시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높은 주택가격이 주 출산연령대의 이탈을 야기하고 출산율 하락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선 25~29세부터 유입되는 여성 인구가 줄기 시작해 30~34세 구간에선 오히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1만3000명 많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 위원은 “공공주택 건설 시 신혼부부 우선공급을 늘리고,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등의 승인조건으로 민간 아파트의 일정비율을 기부채납 받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사 이미지

이에 비해 대구의 저출산 원인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젊은 여성 인구 유출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은 “ 대학에 진학하며 서울 등으로 빠져나간 젊은층이 일자리 부족 때문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의 경우 섬유공장 등 제조업 산업단지가 1990년 후반 중국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젊은층의 이탈이 시작됐고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젊은층에 적합한 고급기술·창의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없어지고 염색공장 등 중·장년층 위주의 일자리만 남았다”며 “그 결과 대도시인데도 전남의 농촌 마을처럼 유소년·청년층은 없어지고 중·장년층만 많아지는 기형적인 인구 구조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때문에 “보육시설 확대 등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저출산 정책이 대구에서는 먹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 산업을 육성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란 주장이다.
 
▶관련 기사   [디지털 오피니언] 저출산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날 인구포럼에는 이 외에도 경기·인천·강원·충북·경남·전남·제주의 저출산 연구 담당자가 발표자로 나설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서로 다른 저출산의 원인을 진단하고 지역 맞춤형 저출산 탈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중앙 정부 차원의 저출산 정책이 각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된다. 보건사회연구원 김상호 원장은 “지방에선 젊은층이 서울로 다 빠져나가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인데 막상 젊은층을 흡수한 서울의 출산율은 늘지 않는다”며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 않으면 한국도 일본처럼 ‘지방 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