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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 TV·냉장고·러닝머신도 있는데…노르웨이 테러범 “인권 침해" 소송 승소

중앙일보 2016.04.22 02:16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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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2011년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어린이를 포함해 77명을 살해한 노르웨이의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교도소에서 인권을 침해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2011년 77명 살해한 브레이비크
법원 “독방 수감이 정신건강 해쳐”

영국 BBC에 따르면 노르웨이 오슬로 지방법원은 20일(현지시간) “정부가 장기간의 독방 생활로 브레이비크의 정신 건강을 위협했다”며 “비인간적이고 모멸적 대우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 가치이며, 이는 테러범이나 살인자에게도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또 “교도소 당국이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그의 소송 비용 33만1000크로네(4600만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접견과 전화 통화, 서신 교환에 대한 제한은 합당하다고 밝혔다. 그가 폭력적 극단주의를 부추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브레이비크는 2011년 7월 오슬로 정부청사 앞에서 폭탄을 터뜨려 8명을 죽이고 노동당이 주최한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69명을 살해했다. 이듬해 법원은 그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21년을 선고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TV·냉장고·DVD플레이어·러닝머신 등이 있는 창문 딸린 세 칸짜리 감방에 수감 중이다.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도 비치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브레이비크는 지난해 “정부가 자신을 서서히 죽이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수감자와의 대화가 금지된 채 하루 22~23시간 독방에 갇혀있는 것, 알몸 수색을 당하고 수갑이 채워지는 것 등이 인권 침해 행위라는 주장이다.

판결은 노르웨이에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당시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생존자는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와의 인터뷰에서 “분노하고 있다. 가해자가 사회적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에 급소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생존자는 “판결은 노르웨이가 극단적 상황에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사법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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