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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명 참변 1년 되는 날 "500명 탄 지중해 난민선 또 침몰"

중앙일보 2016.04.22 02:14 종합 16면 지면보기
1년 전인 지난해 4월 20일.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 800여 명이 지중해에 빠져 숨졌다. 이 최악의 사고는 지중해 난민 비극의 신호탄이자 유럽으로의 난민 대량 유입 사태의 상징이었다.

리비아서 출발 … 올 들어 최악 사고
EU-터키 합의 후 발칸루트 봉쇄
위험한 해상 루트 이용 늘어나
올해 1232명 지중해서 희생 추정

꼭 1년 만인 20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는 다시 한번 슬픈 소식을 전했다.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침몰해 500여 명의 난민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최대 희생자가 발생한 난민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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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침몰하는 보트에 탄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구조 요청을 하고 있다. 유럽 구조선이 이들을 구조했다. [AP=뉴시스]


UNHCR은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선박 침몰 소식을 전했다. 사고는 지난 16일 발생했다. 난민들은 리비아 북부 토브루크(Tobruk)항에서 30~40명씩 보트 여러 척에 나눠 타고 이민 길에 올랐다. 이들은 유럽에 데려다 주는 대가로 밀항업자에게 800~2000달러(90만~227만원)를 지불했다. 지중해 공해에서 이미 300여 명의 난민으로 북적대는 더 큰 배로 옮겨 타기 시작했다. 배는 엄청난 초과 탑승에 한 쪽으로 기울며 지중해로 가라앉았다. 미처 큰 배로 옮겨 타지 못한 이들과 바다로 뛰어들어 작은 보트에 다다른 사람만 생존했다. 침몰한 큰 배에 있던 500여 명은 목숨을 잃었다. 3명의 여성과 세 살배기 아기를 포함한 생존자 41명은 인근을 지나던 필리핀 국적의 상선에 구조됐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무함마드는 아내와 2달 된 아기를 먼저 배로 옮겨 타도록 도왔다가 자신만 살아남았다.

비극적 사고의 이면에는 난민을 바다로 내몬 ‘유럽연합(EU)-터키 간 난민 송환 합의’와 ‘ 발칸루트 봉쇄’ 정책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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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지난달 7일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기로 합의한 후 마케도니아·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등 발칸국가들이 지난 10일부터 터키~에게해~발칸~그리스를 잇는 발칸루트를 봉쇄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발칸루트는 지난해 유럽으로 향한 난민 80%가 택한 루트다.

유럽 의회는 20일 발효된 EU-터키 난민 송환 합의에 대해 “불완전하지만 현실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는 “난민들을 물건처럼 거래하게 만드는 이번 협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EU-터키 합의와 발칸 봉쇄가 풍선효과를 일으켜 난민들에게 위험한 지중해 루트로 향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난민들에게는 좁은 에게해를 넘어 육로로 유럽에 진입하는 안전한 경로 대신 지중해를 건너야 하는 선택지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지난 13일 “발칸 루트가 봉쇄되고 리비아 정정 불안이 지속되며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이 놀랄 만큼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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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M에 따르면 지난해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왔다. 약 80만 명은 발칸루트 등 육로를 택했고 지중해로 넘어온 난민은 15만3946명이다. FT는 올해 지중해 루트로 이탈리아로 넘어올 난민이 지난해 2배에 달하는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UNHCR은 “3월 한 달간 9600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넘어 이탈리아로 들어왔다. 이는 지난해 3월(2283명)의 4배를 넘는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이후 사흘 동안 6021명이 지중해를 넘었다. 지중해 루트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은 2014년 이후 6000명이 넘는다. 이는 봉쇄된 발칸(터키~그리스)루트에서 사망한 인원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올 들어 4월 20일까지 1232명이 지중해에서 죽거나 실종됐다고 IOM은 추정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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