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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진주 주말 달군다, 싸움소 300여 마리 모래판 대결

중앙일보 2016.04.22 01:52 종합 2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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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싸움판의 ‘메이저 리그’로 불리는 경북 청도의 소싸움 . 육중한 황소들이 원형 경기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대 소를 공격하고 있다. 엉덩이를 보이며 달아나면 패하게 된다. [사진 청도공영사업공사]


지난 17일 경북 청도군 청도 소싸움 경기장. 모래가 깔린 원형 싸움장(760㎡)에 황소 두 마리가 마주섰다. 상대 소뿔에 자신의 뿔을 걸어 넘어뜨리는 뿔걸이를 잘하는 길산(691kg)이 먼저 공격에 나섰다. 하체 힘이 좋으면서 같은 뿔치기 기술을 가진 원펀치(696kg)는 물러서지 않고 길산의 뿔치기를 받아낸다. ‘움머’하고 소 울음이 터질 때마다 두 마리는 상대 머리·몸을 들이받으며 엉겨 붙었다. 한 마리가 엉덩이를 보이고 달아나면서 승패가 갈리자 관중석에선 “와~” 함성이 터졌다.

청도 소싸움, 매주 토·일 16경기
갑·을·병종 나눠 12월까지 대결

진주 소싸움은 토요일 오후 열려
130년 역사 자랑, 10월엔 전국대회


국내 유일하게 돈을 걸어 승패를 맞히면 배당금을 받는 청도 소싸움장 모습이다. 12월까지 272마리의 싸움소가 갑종(801㎏~무제한), 을종(701㎏~800㎏ 미만), 병종(601㎏~700㎏ 미만)으로 나눠 토·일요일 계속 대결한다. 출전 수당으로 소 주인은 1회당 평균 80만원을 받는다. 승리수당은 별도다.

관람객은 16경기 가운데 1 경기당 100원에서 10만원을 걸 수 있다. 지난해 외국인 등 64만2436명이 돈을 걸고 소싸움을 즐겼다. 이어 12월에는 왕중왕전이 펼쳐진다. 11개 전국 민속소싸움대회에 출전해 4강 이상 실력을 갖는 등 일정 성적이상이어야 등판할 수 있다.

한국 민속소싸움협회가 주관하는 11개 전국 민속소싸움대회는 경남 창녕·의령·함안·창녕·김해·진주, 대구, 경북 청도, 충북 보은, 전북 완주·정읍 등에서 보통 10월까지 열린다.

이들 대회에는 생후 2~8년 된 전국의 싸움소 200~350마리가 출전한다. 대회 참가를 위해 겨울 동안 주인의 지도에 따라 타이어 끌기, 야산 오르기 같은 체력훈련을 한다.

들치기(머리를 상대 소 목에 걸쳐 공격하는 기술)와 목치기(상대 소와 대치하다 뿔로 목을 치는 기술), 머리 치기(서로 머리를 부딪치는 기술) 등 10가지가 넘는 공격기술도 익힌다.

싸움소의 먹이는 보통 소의 것과 다르다. 주인은 볏짚·풀·옥수수 가루 등에 각종 한약재 들어간 쇠죽을 주로 먹인다. 체력보강을 위해 낙지나 십전대보탕 같은 보약을 먹이기도 한다.

지난해 각 대회 종목별 우승자인 화악산·백두·강남스타·백머리·서천·범용·깡패·박치기·성난황소 등이 청도 왕중왕전 등 올해 전국대회의 우승 후보로 꼽힌다.

소싸움의 발원지인 경남 진주에선 연중 소싸움을 구경할 수 있다. 4~9월 매주 토요일 오후 경기가 열린다. 이 경기는 관광객을 끌기 위한 친선 경기이지만 진주시가 출전수당 등을 준다. 진주에선 10월에 전국 순위를 매기는 전국대회가 열린다. 물론 상금이 걸려있다.

진주 소싸움의 역사는 1883년부터다. 추석을 전후해 남강변 모래사장에서 소싸움이 펼쳐져 경남권에서 많은 구경꾼이 몰렸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강점기 1919년 3·1 만세운동 전후로 잠시 중단됐다가 1927년 다시 부활했다. 전국 민속 소싸움대회의 연간 관중은 20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국 민속소싸움협회 강동길 진주지회 부회장은 “소싸움은 오랜 기간 서민과 함께해온 전통 민속놀이였다”며 “올해 전국대회를 거쳐 어느 소가 왕중왕전에서 최고가 될지 예측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말했다.

진주·청도=위성욱·김윤호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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