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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버스차고를 카페로 … ‘세월 흔적’살려 주목받은 두 남자

중앙일보 2016.04.22 01:39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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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핸즈 이준규 대표(왼쪽)와 김기석 실장은 오래된 건물에 쇼룸 겸 카페를 내면서 ‘지우지 않고 남기는’작업을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디자인 회사 브라운핸즈는 어쩌다 카페로 더 유명해졌다. 이준규(39) 대표와 김기석(35) 실장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뒤, 제품을 전시할 쇼룸을 내면서 카페를 겸한 게 그리 됐다. 2014년 서울점을 시작해 2015년 마산점, 올 초 부산점을 냈다. 셋 다 제 기능을 못하던 낡은 건물을 재생시켰다. 2년간 비어 있던 자동차 정비소(서울 도곡동), 버스 차고지(마산), 지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었던 옛 백제 병원 1층(부산 등록문화재) 등. 건물마다 페인트 칠조차 허투루 안 하며 옛 정취를 살리는데 공을 들였는데 그게 카페로 ‘대박’났다.

‘브라운핸즈’ 이준규·김기석씨
디자인제품 ‘쇼룸’이 카페로 대박
느낌 살리려 새 의자 땅에 묻은적도


40~100년 가까이 된 공간 자체의 개성이 대단하다. 전국에 입소문이 퍼졌다. 폐교·한옥 등 옛 건물 주인장들의 공간재생 문의가 잦다. 김 실장은 “의자·테이블·램프 등 브라운핸즈의 공간 디자인 제품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라고 쇼룸 겸 카페를 시작한 건데 주객전도가 돼서 우리도 헷갈린다”며 겸연쩍어 했다.

이 대표와 김 실장은 2007년 영국 노팅험에서 만났다. 조소를 전공한 이 대표는 어학연수를,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김 실장은 유학 중이었다. 일요일 오전 7~11시에 도심 외곽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서 두 사람은 자꾸 마주쳤다.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취향이 같았다. 편안한 느낌이 좋다고 했다. 귀국해 각자 생활하다 2009년 다시 뭉쳤다. 일산 창고 건물 등에서 겨울에 연탄불 때며 제품 디자인 및 테스트를 하던 시간을 보낸 뒤 2012년 브라운핸즈가 탄생했다.

“브라운핸즈는 금형이 아니라 흙 틀로 주물을 만들어요. 금속을 다루는 초창기 방식이죠. 흙 틀을 쓰면 금형보다 제품을 얇게 만들지 못하지만 저희는 그게 더 구수하고 좋아요. 같은 금속 제품이라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이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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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소였던 서울 도곡점 모습.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도곡점에 전시된 알루미늄 손잡이를 잡았더니 나뭇결이 느껴졌다. 금속에 난 미세토 자국이 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초창기에는 더 자연스럽고, 오래된 느낌이 나는 탁자를 만들려고 완성된 탁자를 땅에 한 달 동안 묻어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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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차고지였던 마산점.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도곡점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촬영지였다. 정봉(안재홍)과 미옥(이민지)이 첫 데이트를 한 ‘반줄 카페’다. 원래 모습 그대로 드라마에 나왔다. 마산점은 두 디자이너가 기획서까지 만들어 버스차고지 주인을 찾아갔다. 바닷가에 있는 차고지를 리조트로 개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산이 고향인 이 대표가 움직였다. 그는 “유럽의 오래된 교회를 레스토랑으로 바꾼 사례 등 국내외 오래된 공간 재생 사례를 포토폴리오로 만들어서 ‘건물의 역사는 살리고 내부만 다듬어서 후세대도 계속 쓸 수 있게 하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차고지 시절 적혀 있던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문구조차 지우지 않고 쇼룸 겸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1922년 세워진 부산의 백제병원 1층은 7년간 비어 있었다. 브라운핸즈의 작업을 눈여겨본 지인이 알려줘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다음 공간은 서울 구로의 오래된 방직공장이다. 브라운핸즈의 작업실로 현재 쓰고 있다.

“어떤 공간으로 바꿀지 고민하고 있어요.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천천히 살릴 생각입니다. 건물마다 점점 드러나는 예쁜 과거가 좋아요. 세월이 주는 힘이 생각보다 큽니다.”(이준규)

글=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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