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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화제 뒤집어 쓴 동양남자의 성난 얼굴…두 문화에 낀 자화상인가

중앙일보 2016.04.22 01:38 종합 2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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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디 최의 작품들. 소화제 ‘펩토비스몰’ 분홍색 액체가 주요 표현수단이다. [사진 PKM 갤러리]


‘CODY CHOI Culture Cuts’. 마르세유 현대미술관(MAC)에서 지난 9일 개막해 8월 28일까지 열리는 한국작가 코디 최(55)의 회고전 제목이다. 풀자면 ‘코디 최의 미술이 보여주는 문화적 단면들’이라고 할까. 분홍색 액체를 뒤집어 쓴 한 동양 남자의 성난 얼굴이 거기 있다. 1992년 코디 최가 미국인들의 소화제 ‘펩토비스몰’로 자기 앞머리를 수탉처럼 바짝 세우고 배경에 닭의 꼬리, 벚꽃, 한자 등 여러 동양적 이미지를 합성한 ‘변증법적 샴푸’에서 따온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MAC의 티에리 올라 관장은 그것이 한국 현대미술가 코디 최의 미술을 압축한다고 봤고, 전시 대표 이미지로 썼다.

프랑스 MAC '코디 최 회고전'


30여 년 가까이 한국과 미국을 가로지르며 두 문화 사이에 낀 개인의 삶, 정신, 신체를 독자적인 개념미술 언어로 선보여온 작가 코디 최. 그는 매우 지적이지만 현실의 경험에 근거했기에 알면 알수록 감상자의 폐부를 찌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을 엄청난 양의 펩토비스몰로 성형한 초기작부터 좌뇌와 우뇌의 교차작용을 단어와 색채를 섞어 실험한 최근 회화까지 말이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할레 등 유럽 중요 미술관들이 2013년부터 나서서 코디 최의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를 릴레이 개최하는 배경이 여기 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지역과 글로벌을, 시각적인 것과 논리적인 것을 동시에 문제시하고 아우른다고 평가받는다.

MAC의 메인홀 전체에 펼쳐진 전시는 회고전임에도 작가의 연대기나 작품의 제작 시기를 뛰어넘은 디스플레이로, 코디 최가 얼마나 동시대 미술을 앞서 실행했고 현재도 진보적인지 감상자에게 실감시킨다. 30대 초반 코리안 아메리칸 아티스트로서 뉴욕 미술계의 총아로 떠오른 이후 여러 굴곡 끝에 오늘에 이른 50대 중견작가에게, 남프랑스의 하늘은 더 맑고 화창하게 국제미술의 영공을 열어준 듯하다.

강수미 동덕여대 교수·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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