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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거라곤 없었는데 … 이제 야구선수 꿈꿔요”

중앙일보 2016.04.22 01:30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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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회째를 맞은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 리그’는 10월까지 80경기가 치러진다. 올해 개막식에서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앞줄 가운데)과 관계자, 선수 등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서울지방경찰청]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야구공원에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과 다문화·탈북 가정 학생, 저소득층 학생 등 중학생 209명과 가족들이 모였다.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 리그’개막
학교폭력·다문화·저소득 청소년들
함께 땀 흘리며 새로운 삶 다짐


이어 ‘서울경찰 청소년 야구단 리그’ 개막식에서 이상원 서울경찰청장 등의 축사가 끝나자 지난해 초대 우승팀인 ‘종암경찰서 아자아자’와 준우승팀인 ‘관악경찰서 두드림’의 개막전이 시작됐다. 두드림팀의 첫 안타가 터지자 관악경찰서 응원단과 학부모들이 함성을 질렀다. 경기가 없는 다른 팀 선수들도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지켜봤다.

리그에 참가한 이상민(15·가명)군은 상습 절도로 동네에서 ‘유명’했다. 그가 삐뚤어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아졌고, 밤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물건을 훔치는 ‘비행청소년’이 됐다. 그를 담당한 학교전담경찰관에 따르면 이군은 “가난한 집구석도, 재미없는 학교도 지긋지긋하다”고 소리칠 정도로 세상을 미워했다.

하지만 전담경찰관은 포기하지 않았다. “내 일에 상관말라”는 이군이 더 엇나가지 않도록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체격이 좋은 그에게 야구단 참여를 권했다. 결국 마음을 연 이군은 야구단에 가입했고, 지금은 주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 덕분에 이군은 학교로 다시 돌아갔고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땀흘리며 야구 실력을 키우고 있다.

나쁜 친구와 어울리며 특수절도를 저질러 경찰서에 왔던 김모(15)군, 집안 형편이 나빠 야구선수의 꿈을 접었던 신모(15)군 등도 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던 김군은 야구를 하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갖게 되었고, 신군은 프로 선수 출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야구선수의 꿈을 다시 꾸고 있다.

청소년 야구단 리그에는 서울지역 경찰서가 관내 중학생들과 함께 결성한 8개 야구단이 참여한다. 10월까지 80경기를 치른다. 개막식에는 이 청장, 박문서 한국청소년육성회 총재,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발전위원장, 교사·학부모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총재는 축사에서 “야구를 통해 청소년들이 많은 에너지를 받고, 좋은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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