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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비자 덕분에 호주 취업 성공했죠”

중앙일보 2016.04.22 01:27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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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비자 1세대인 윤상률(오른쪽)·이덕민씨가 더보의 재향군인회관 주방에서 재료를 다듬고 있다.


“제대로 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외교부가 기획한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2일 호주의 중소도시 더보에서 만난 윤상률(31)씨는 해외 취업의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시드니에서 약 400㎞ 떨어져 있는 더보 지역의 재향군인회관(RSL club)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 이 지역엔 80여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윤씨는 “이 곳에 오기 전에 경기도 수원의 베트남 식당에서 2년간 일했다”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12시간씩 일했고 주말에도 쉬지 못해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일과 가정을 모두 잘 꾸려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해외 취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2009년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덕에 와 봤던 호주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윤씨는 요리사 경력을 인정받아 취업에 성공했고 주급 800 호주 달러(71만원)를 받으며 하루 8시간,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다.

윤씨와 함께 일하는 요리사 이덕민(33)씨도 한 달 전 더보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그가 요리사의 꿈을 가진 건 10년여 전 군대 취사병 시절 때였다.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역 후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서 4년 반 동안 주방 일을 했다. 또 싱가포르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에서도 2년간 요리사로 일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씨는 “한국에는 요리사도 많고 자기 식당을 차리기도 쉽지 않았다”며 “해외 취업 경험이 있던 터라 두려움 없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막연히 해외 일자리를 찾던 이들이 발견한 건 다름 아닌 호주의 직업연수 비자(402비자). 이 비자를 받으면 만18~30세에게 발급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417비자) 소지자보다 시급이나 근무여건이 좋은 곳에서 일할 수 있다. 또 해당 직종 경력 3년 이상, 영어능력 시험(IELTS) 5.0 이상을 요구하는 취업비자(457비자)보다 발급 받기가 쉽다.

402비자를 승인받으면 비자 기간동안 최소 주당 30시간을 일터에서 훈련해야 한다. 고용주가 이 기간동안 연수생에게 일을 시키며 연수하는 형식이다.

호주 정부가 402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한국인의 근면성과 전문성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비자 업무 담당자인 호주지역개발공사의 조지아 파이 프로젝트 매니저는 "호주에는 성실하고 실력있는 기술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은 성실하고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훈련을 통해 숙련된 인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씨와 이씨는 402비자 1세대로 RSL 클럽에서 트레이닝 중이다. 파이는 "현재 5명이 더보, 브리즈번, 시드니에서 일하고 있고 추후 연간 12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윤씨와 이씨 같은 한국의 취업 연수생들이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해 한국인을 찾는 고용주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해외 취업을 원한다면 길은 곳곳에 열려 있다. 하지만 왜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지, 자신의 직업 전문성은 어느 수준인지를 먼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더보(호주) 글·사진=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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